이슬람 무장단체는 추가 공격 가능성 밝혀
사건 발생 나흘 만인 19일(현지시간) 진압된 알제리 가스 생산시설 인질극의 희생자가 당초보다 크게 늘어 최소 49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질극을 벌인 이슬람 무장단체는 추가 공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알제리 정부는 19일 동남부 인아메나스 가스전 인질극을 진압한 후 반군의 폭발물 설치 여부를 수색하던 중 시설 내부에서 인질로 보이는 시신 25구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AP통신은 “이번에 발견된 사망자 25명과 진압 작전에서 발생한 인질 사망자 23명, 인질범 사망자 32명 등 총사망자가 최소 81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추가로 발견된 시신 25구는 크게 훼손돼 바로 신원을 식별하기 어려운 상태로 알려졌다.
알제리 정부는 가스전 시설에 남아있던 인질범 5명을 생포하고 도주한 인질범 3명은 추적 중이다. 인질극의 배후로 알려진 모크타르 벨모크타르는 인질극이 진압되기 전 녹화된 것으로 보이는 비디오를 통해 인질범의 규모를 처음으로 밝혔다. 벨모크타르는 “이슬람과 유럽국가 등 다양한 국적의 40명이 가스시설 공격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알제리 정보당국에서도 인질범 중 튀니지인, 이집트인, 말리인은 물론 영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알제리인 생존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질범들이 공장 구조나 열쇠가 있는 곳뿐 아니라 시설 책임자들의 이름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공장 사정에 밝았다”며 인질범이 사전에 공장에 취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인질범들은 군복과 군용마스크를 착용했으며 외국인 인질들에게 자살폭탄이 설치된 벨트를 입게 했다고 생존자들은 밝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인질범들이 주로 사용한 AK 104 소총은 2011년 리비아 반군이 무아마르 카다피를 몰아낼 때 사용한 대표적 무기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서방이 카다피 반군에게 제공했던 무기가 이번에는 서방을 겨누는 무기가 돼 돌아왔다”며 “시리아 반군 등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도 좀 더 철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인질극을 일으킨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 무장단체는 프랑스와 말리 파병을 결의한 아프리카 9개국에 추가 공격 감행을 경고했다. 무장단체는 20일 말리 인접국인 모리타니의 ANI뉴스통신을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프랑스 등 말리 내전 참가국은 당장 개입을 중단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말리 내전 개입 국가와 연관된 시설에서 일하거나 거주하는 무슬림에게는 “당장 자리를 피하라”고 알렸다. 프랑스의 말리 반군 공중폭격 당시 프랑스 공군에 하늘 길을 터준 알제리 등 말리 정부를 옹호하는 다른 아프리카 이슬람 국가들까지 적대시 할 경우 향후 전쟁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말리 사태에 개입한 서방을 아프리카 대륙에서 내보내는 것이 이들의 우선 목표”라면서도 “프랑스군과 말리 정부군이 육상전에서 승기를 잡고 북진하고 있어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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