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압력솥을 49만원에 판매

대리점에 할인 판매를 금지하고 이른 어기면 자체 벌금까지 부과하는 등 비싼 판매가격을 유지하도록 강요한 외국계 주방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21일 국내 주방용품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제한한 독일계 기업 휘슬러코리아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억7,500만원을 부과했다. 이 회사의 2011년 매출은 545억원으로, 대리점이나 특약점을 통한 방문판매가 매출의 44%를 점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휘슬러는 2007년 5월부터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대리점과 특약점에 압력솥의 소비자 판매가격을 지정하는 한편, 이 각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위약금 부과→출고 정지→대리점 계약해지 순으로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이런 방식으로 수입원가가 10만4,000원에 불과한 '프리미엄 솔라'(1.8ℓ) 압력솥을 49만원에 판매했다. 외제 주방용품이 유독 비쌌던 이유가 품질 때문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휘슬러는 또 지정한 가격을 대리점이 어기는 게 처음 적발되면 경고와 벌금 100만원을, 2~4회 이상 적발되면 벌금 200만원에 제품 공급가격을 인상하고 5차 적발 때는 제품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공정위 서울사무소 고병희 경쟁과장은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는 유통점들의 가격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살 기회를 봉쇄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