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의 발전사업 진출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불붙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화력발전 사업권을 대거 부여키로 방침을 정한 것과 관련, 이들의 과도한 수익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수익성 보장 없이 발전사업에 뛰어들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2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내달 발표될 제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2020년까지 총 18개 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했으며, 이중 12개의 사업권을 동양 동부 삼성 SK(2개사) GS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8개 대기업에 부여했다. 발전용량으로 따지면 1,580만㎾ 가운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합쳐 1,176만㎾(74.4%)를 민간발전소가 담당한다.
문제는 다소 기형적 전력거래 구조가 민간 발전사들의 폭리를 부추긴다는 점. 전력당국은 전력수요에 따라 발전단가가 가장 싼 원자력부터 석탄화력, LNG, 석유 등 단가가 비싼 순서로 발전기를 돌린다. 이 때 한국전력은 특정 시간에 가동 중인 발전기 중 가장 단가가 높은 연료원을 시장가격(계통한계가격ㆍSMP)으로 삼는다.
전력 사정이 좋을 때야 굳이 값비싼 LNG발전소를 가동할 필요가 없었지만, 전력부족상황이 심화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정부가 발전소들을 풀 가동하면서, 단가 높은 LNG나 중유 등이 SMP를 결정짓는 경우가 잦아진 것. 실제 2011년 ㎾h당 평균 117.6원이던 SMP는 지난해 161원으로 뛰었다. SMP가 올라가면 발전사의 수익은 늘지만 전력을 사들이는 한전은 그만큼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수요가 4,300만㎾만 넘어도 연료비가 비싼 LNG와 유류가 SMP를 결정하는 구조인데 현재 일일 전력수요는 7,000만㎾를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민간에 발전부문이 개방된 이후 대기업들이 집중한 분야가 바로 LNG 복합화력 발전이다. 처음엔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보조발전 성격이 강했으나 가동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높은 SMP 덕에 일약 수익창출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정부가 발전공기업의 이익을 제한하기 위해 2008년 도입한 할인율(정산조정계수) 적용도 받지 않는다.
그 결과 민간발전사업자들은 막대한 수익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LNG복합발전소 2기(충남 당진)를 보유한 GS EPS의 영업이익률은 12.6%를 기록했고, 전남 광양에서 LNG발전소를 운영 중인 SK E&S는 이익률이 무려 65.2%에 달했다.
민간사업자 특혜 논란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 문제로 귀결된다. 대기업들의 발전사업 참여가 늘면 이들에게 보존해줘야 할 원가 인상분이 전기료에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다행히 석탄화력의 경우 민간사업자도 수익을 조정하기로 큰 틀의 합의는 이룬 상태. 최규종 지경부 전력진흥과장은 “향후 민간 석탄화력발전소를 통해 생산한 전력은 일정수준의 할인율이 적용된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NG는 여전히 갈등이 첨예하다. 지경부와 한전은 SMP에 상한선을 두는 내용의 전력시장 운영규칙 개정안을 28일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실무협의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민간발전 사업자들은 시장원칙 훼손을 이유로 결사 반대하고 있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한전이 소매시장의 적자를 메울 목적으로 일부 대기업의 문제를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400여곳의 영세업체에 정산조정계수까지 적용하면 민간 발전시장은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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