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만남이었소. 그리고 이러한 만남이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소. 박완서씨의 지속적인 왕성한 작품활동을 대하고 그 작품을 읽을 땐 물론 현상으로서의 작가 박완서일 따름이지만, 매우 딱하게도 인격체로서의 박완서가 아니라 가정주부로서, 여인으로서의 존재가 내 글쓰기를 때때로 방해했소."
김윤식(77) 서울대 명예교수가 고 박완서(1931~2011) 작가의 2주기를 맞아 비평집 를 출간했다. 1970년 등단작 '나목'부터 2010년 마지막 작품으로 꼽히는 '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까지 40년 문우와 비평가로서, 작가 박완서를 읽고 들은 바를 묶었다.
김 교수와 박완서는 이청준-김현, 조정래-황광수와 함께 문단의 대표적인 문우로 꼽힌다. 작가는 평론가를 의식해 글을 썼고, 평론가는 작가가 작품에 숨긴 비밀을 찾기 위해 제 기량을 다해 비평했다. 둘 사이의 긴장이 우리 문학을 발전시켰다. 김 교수는 장편 (1976)를 발표한 이후 얻은 박완서의 대중적 인기가 못마땅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후 대중성과 작가적 개성을 동시에 가감없이 전개한 박완서의 역량에 김 교수는 "문단 정상에 올라 공작새처럼 화려한 춤을 추고 있음을 보는 일이 실로 경이로움 그것이었다"고 치하한다.
"조금 천박한 비유를 하면 여우에게 홀렸다고나 할까. 더 천박하게는, 내 문학적 태도의 오해가 여지없이 무너졌다고나 할까."
'작가 따로 작품 따로' 평하는 김 교수에게 박완서는 예외적 작가였다. 박씨의 딸 호원숙 씨가 김 교수의 제자가 되면서 작가 박완서뿐만 아니라 인간 박완서의 면모를 보게 된 것이다. 91년 이후 20년간 함께 여행 다니는 길동무이기도 했던 두 사람은 '인간적인 약점이나 고뇌, 시시콜콜한 사람 사는 속내'를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여행에서 겪은 일을 산문으로 발표하고 서로의 글을 읽으며 생각을 나누었다. 김 교수는 박씨의 대표작들을 읽으며 신랄한 평론가와 문학적 팬을 동시에 자처했다.
는 박씨의 작품 출간 직후 읽고 쓴 현장 비평, 작품 바깥에서 박씨를 보고 쓴 산문, 함께 여행하여 찍은 사진 36장을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여행의 일화와 박씨가 김 교수에 대해 쓴 산문을 함께 엮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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