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에 큰 병원만 있었더라도 건강하게 컸을텐데…."
노순옥(40ㆍ가명)씨는 재활치료를 받으며 자지러지게 우는 5살짜리 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아들 동민(가명)이는 2008년 충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임신 31주 만에 미숙아(37주 미만에 태어난 2.5㎏ 이하 조산아)로 태어났다. 미숙아 대부분이 그렇듯 폐가 열려있지 않은 채였다. 당황스러운 건 병원에 동민이에게 끼울 신생아용 산소호흡기가 없다는 거였다. 결국 아이를 안고 구급차에 올랐다.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기까지 5시간, 동민이는 결국 뇌가 손상돼 뇌변병장애(1급)를 얻었다. 노씨는 "충주가 산간벽지도 아닌데 치료기구가 없다니 어이가 없었다"며 "서울 같은 대도시에 살지 않아 아이가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죄책감이 든다"고 고개를 떨궜다.
늦은 나이의 출산 등 영향으로 해마다 미숙아가 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체계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 해 태어나는 조산아, 미숙아는 2만5,000여명 정도. 특히 2.5㎏ 이하 저체중 출생아 비율은 1993년 총 출생아의 2.6%(1만8,532명)에서 2011년 5.2%(2만4,647명)으로 2배 늘었다.
그러나 출생 시 미숙아 치료시설을 갖춘 신생아중환자실은 2011년 말 기준 1,300병상에서 3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병원들이 신생아중환자실 운용을 꺼리는 탓이다. 이마저도 수도권 등 대도시에 몰려 있다. 지난해 3월 임신 24주 2일만에 680g정도로 초저체중의 미숙아 쌍둥이를 낳은 주선희(33)씨는 "아이들이 갑자기 열이 오르거나 무호흡 증상이 나타나면 부산까지 달려갈 수 밖에 없다"며 "가까운 대구 대학병원도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이 10개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장기와 면역체계가 덜 발달한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출산 직후부터 전문치료가 필요하지만 이런 시설을 갖춘 병원이 부족하니 동민이처럼 후천적 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상당수다.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엄청나다. 시력을 잃지 않기 위한 망막증 수술, 괴사성 장염을 막기 위한 탈장 수술, 심장질환인 동맥관개존증 수술은 미숙아에게 통과의례와 같다. 입원과 재입원, 통원치료 등으로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넘는 돈이 든다. 그러나 정부 지원금은 대체로 아이 한 명당 1,000여 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미숙아로 태어난 6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금자(39)씨는 "미숙아는 근육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성장하는 동안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재활치료를 해 근육을 늘여줘야 한다"며 "한번에 180만원이 넘는 돈이 들지만 무릎아래 쪽이 아니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가족이 다 부담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대한신생아학회 관계자는 "고령화 저출산 시대에 정부가 출산장려 정책을 펴면서 미숙아 치료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퇴보하는 수준"이라며 "신생아중환자실 확충,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 재활치료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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