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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던진 문제에 대한 분석 없이 돌발적 해결책 제시해 연결고리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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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던진 문제에 대한 분석 없이 돌발적 해결책 제시해 연결고리 부족

입력
2013.01.2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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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적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웅변조의 산문은 낙선한 정치인의 신년하례식에서나 보여지는 넋두리가 되기 쉽다. 주장 글의 생명은 논리적 전개의 설득력이다. 주장을 했다면 근거를 제시하고, 문제제기를 했다면 문제에 대한 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근거와 주장 사이에는 논리적 연관성이 있어야 하며, 문제에 대한 답에는 해결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먼저 학생 글의 논리전개구조를 살펴보자. 첫 번째 단락에서 '우리는 100년 동안 과학분야에서의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다. 일본은 16명이나 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라는 문제제기를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다음 논의에서는 차이가 왜 생기게 되었는지 이유를 먼저 서술해야 하며, 그 다음으로 이유가 해결 가능한 것이라면 어떻게 그 현상을 극복할 것인지를 순서대로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두 번째 단락에서는 '응용과학에서의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10년 내에는 수상가능성이 낮다. 그래서 수상자배출을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기한다'라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스스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은 언급하지 않은 채 돌발적으로 해결방법론을 주장하고 있는 구조이다. 즉, 현상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은 채 해결책을 제시하는 셈이다. 논리적인 연결고리가 갖추어진 논증구조가 되려면 '문제제기-현상파악-해결책제시'라는 형태를 보여주어야 한다.

세 번째 단락에서 수상자배출을 위한 방법을 3가지로 나눠 환경조성, 연구자 자신의 노력, 그리고 충분한 연구시간으로 다룬 점은 참신한 접근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시간과 충분한 연구자금은 환경조성의 한 맥락이다. 연구시간만을 따로 분리해야 할 논리적 이유가 부각되지 않는다면 환경조성측면에서 시간과 자금이 논의돼야 설득력 있는 구조가 된다. 결국 이 글은 노력과 환경이라는 2가지 해결책으로 언급한 것이 된다. 굳이 3가지로 나누어 주장하려면 개인적 노력, 사회적 분위기 조성 그리고 국가적 지원책 정도로 나누어 언급하는 것이 안정적인 서술구조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표현부분의 아쉬움이 세 가지 정도 있다. 첫째 "책에서 미국의 연구시스템에 대해 본 적이 있는데"라는 부분이다. 책에서라고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누구의 어느 책인지를 적시해야 설득력이 있다. 별도로 각주를 달 수 없는 글에서는 본문에 구체적으로 저자와 서명을 언급해야 한다. 예컨대 '임경훈의 개념어사전에서는' 혹은 '홍성방의 법학입문에서'처럼 서술돼야 한다.

둘째 "연구에 몰입하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나라에서도 조성되고 연구환경 전체에 정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표현이 문제이다. 환경에 대하여 상술을 해서 '수월성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경쟁하는 환경이 일본에서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조성되고'로 바뀌는 것이 좋겠다. 뒷 문장도 논리의 맥락상 아예 삭제하거나 "전체 연구환경에도 경쟁이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셋째 "양학선 선수처럼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회사원인 다나카 고이치는 좋아하는 연구에 몰두해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는 문장이 아쉽다. 양학선이나 다나카 고이치가 누구인지 모르는 독자를 위해 '올림픽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으로, '일반회사원인 다나카 고이치는 좋아하는 단백질연구에 몰두해 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로 바꿔 상술하는 것이 좋겠다. 주장 글의 전개는 배경지식이 아닌 설득력의 유무로 논리성이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메가로스쿨 논증ㆍ논술강사 www.megal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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