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로 계열사들이 부도를 맞아 그룹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피부암으로 3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생명 선고까지 받았으나 포기하지 않았고 모두 이겨냈습니다.”
고영립 화승그룹 회장이 최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전경련 국제경영원 제303회 IMI 조찬경연에서 400여명의 기업인이 참가한 가운데‘나를 이끈 기업가 정신’이라는 주제로 강연해 화제다.
고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1976년 공채1기로 입사해 30여년 만에 전문경영인 그룹 회장에 오르기까지 숱한 위기를 극복한 인생 역정과 경영 노하우를 풀어냈다.
‘르까프’와 ‘월드컵’ 등으로 유명한 화승그룹은 1990년대 세계 최대 신발 생산회사로 국내 재계 22위였으나 1998년 계열사 가운데 화승과 화승상사가 무리한 해외사업 확장으로 부도가 나 경영위기를 맞았다.
고 회장은 “그룹을 되살리기 위해 사재를 출연하고 매일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며 정상화에 모든 것을 바쳤다”며 “한밤중 회사에 들어와 불시 순찰을 돌아 ‘올빼미’란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고 회장은 “‘선택과 집중’의 경영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그룹 내 금융, 레저, 제지 등 비주류 업종을 정리, 14개 계열사를 8개로 줄여 회생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2004년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찾아왔다.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판정으로 3개월 밖에 못 산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회사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는 일념 하나로 일에 매진해 결국 병도 이겨냈다.
고 회장은 자동차부품과 신발사업의 미국, 중국, 베트남, 인도 등지로의 글로벌 경영과 정밀화학사업,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자원무역, 르까프 브랜드를 비롯한 해외 신발 OEM사업 등 신전략을 통한 사업다각화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화승그룹은 1998년 이후 6년여 만에 기업정상화를 이뤄 외환위기 직후 8,400억원이던 그룹매출이 지난해 4조3,000억원으로 급상승했으며 현재 국내ㆍ외에 25개 계열사를 갖춘 글로벌 중견그룹으로 발돋움했다.
고 회장은 “사업영역 확장과 해외 자원개발에도 진출해 2020년 연매출 20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기업가는 사욕을 버리고 주위 사람이 잘되도록 도우면서 큰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올바른 행동과 인격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며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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