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장급 이상 회의 인터넷 실시간 공개하고
전자결재로 평사원->CEO 반나절이면 끝
15일 오전 9시 KB국민카드 본사 회의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경영협의회에 주요 임원과지점장, 부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멀리 떨어진 지방의 지점장들은 화상으로 연결됐다. “부산 날씨는 어떻습니까?”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이 부산 지점장에게 날씨를 묻는 질문으로 회의가 시작됐다. “날씨가 좋다”는 부산 지점장의 대답과 함께 광안대교 등 부산시내 표정이 화면에 잡혔다. 이날 회의 장면은 전 직원에게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각종 이슈 탓에 경영난이 심각한 카드업계가 ‘투명ㆍ속도ㆍ소통 경영’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섰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매주 한 번씩 50여명의 부서장급 이상 간부가 참여해 진행하는 경영협의회를 일반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전 직원이 컴퓨터 화면을 통해 각 부서가 지난 1주일 동안 했던 업무를 점검하고 다음 한 주의 목표를 설정하면서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것이다. 회의 내용이 모든 구성원에게 즉각 전달되다 보니 CEO의 지침이 시달되는 과정에서 흔히 생기는 메시지 왜곡이 생기지 않는데다, 실력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부서장들이 한층 분발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
KB국민카드의 한 부장은 “지금까지는 간부회의 결과가 부서장→ 팀장→ 팀원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소통에 문제가 발생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는데, 회의를 실시간 공개하면서 ‘카더라 통신’이 사라지고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KB국민카드의 경영협의회 공개는 작년 8월 초 한 직원의 이메일 제안으로 시작됐다. “경영협의회나 임원회의를 영상을 통해 전 직원이 공유하게 하거나 속기록을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젊은 직원의 제안에, 최기의 사장은 즉시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화답했고 8월 중순부터 실시간 공개를 결정했다.
현대카드도 ‘속도 경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평사원이 올린 결재를 CEO가 처리하기까지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는다. 각종 문서 결재가 이메일과 전자결재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업무환경 및 서비스 개선과 관련해 일반 직원들의 의견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현대카드의 특징이다.
‘i-think’라는 사내 인트라넷 공간에는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기프트카드를 신청하면 선물용이 아니라 자신이 쓰는 경우에도 카드 케이스와 별도 봉투 등 선물용 패키지로 발송된다. 용도를 구분하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CSR팀 송 모 과장)’, “포인트를 매출전표에도 표시해 고객들이 포인트 내역을 좀더 잘 파악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천안지점 김 모 사원)
현대카드 관계자는 “카드업계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구성원들이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소통 경영을 통해 집단지성의 힘을 빌린다면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KB국민카드는 매주 화요일 임원과 주요 부서장들이 참여하는 경영협의회를 인터넷으로 실시간 공개한다. 사진은 한 직원의 컴퓨터 창에 뜬 회의 화면을 정지시킨 모습. 상단 맨 왼쪽이 최기의 사장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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