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책임진 세정 당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국세청은 탈세 포상금 증액에 따른 제보를 토대로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고, 기획재정부도 그간 조세 저항과 거래 관행을 이유로 사실상 엄정 과세의 '예외지대'로 인정했던 자영업 분야에 대한 실태 파악과 함께 과세체계 개선에 본격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세정 당국의 양대 축인 재정부(간이과세 체계 개선)와 국세청(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이 지하경제 양성화 행보의 첫 대상으로 자영업 분야를 지목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두 기관 모두 세율 인상 없이 추가 징세가 가능한 분야는 근로소득자 대비 세원(稅源)노출 비율이 지극히 낮은 자영업이라는 데 뜻을 함께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재정부가 간이과세자 제도 정비와 관련, 한국조세연구원의 의견을 수용할 경우 연 매출액 4,800만원 미만 자영업자의 부담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실제보다 낮게 적용된 세법 상의 부가가치 인정비율을 현실에 맞게 적용하면 일시적으로 부가가치세 부담이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부가가치율이 현실화할 경우 농림어업(실제 부가가치율 39.9%ㆍ적용 30%), 제조업(34.2%ㆍ20%), 건설업(44.5%ㆍ30%), 부동산임대업(46.7%ㆍ30%), 대리ㆍ중개업(58.5%ㆍ30%) 등의 자영업자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1996년 이후 17년간 유지된 간이과세자 기준(연 매출 4,800만원 미만)도 물가상승에 맞춰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간이과세자 기준이 상향 조정되면 상당수 개인사업자가 간이과세자 범주에 추가로 포함될 전망이다. 간이과세자로 지정되면 거래증빙과 거래장부를 갖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업종별 부가가치율 상향에 따른 세부담 증가를 상쇄하는 수준 이상의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조세연구원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지방 사업자와 복수 사업장을 보유한 사업자는 이전보다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에 따르면 제주, 강원, 충북 등은 전체 사업자 대비 간이과세자 비율이 절반을 넘거나 육박하는데, 이는 다른 지역보다 규모가 영세해서라기보다는 해당 지역 과세당국과의 유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간이과세 적격 여부를 전산화하는 등 세무공무원의 재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지방의 간이과세자 비율도 그만큼 올라갈 전망이다.
연구원은 "현재는 사업자 총 매출액이 간이과세 기준을 훨씬 초과해도 다수 사업장으로 쪼갠 뒤 각각의 규모가 기준에 미달하면 간이과세로 인정하고 있다"며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사업자 단위의 통합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숙원사업인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공유가 실현되기 이전이라도,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밀착 조사의 수준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FIU 정보 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지하경제 양성화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조사인력과 가용 정보를 최대한 가동해 숨은 세원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국내 거주자와 기업의 글로벌 거래가 늘어난 만큼 역외탈세와 관련된 정보도 수집하고 있으며,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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