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한창 예민한 시기에 윤식(15ㆍ가명)이는 외톨이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했고 집에서는 게임에 빠져 살았다. 게임 속 캐릭터가 유일한 이야기 상대였다. 윤식이의 부모는 매일 말없이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아들이 답답했다. "밖에 나가서 좀 놀아!" 안타까움에 아들에게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매까지 들었다. 부모는 몰랐지만 우울증을 앓던 윤식이는 결국 2007년 9월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응급차에서 실려가며 윤식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이것이었다. "엄마, 나 너무 외로웠어요."
여고생 미나(16ㆍ가명)도 부모의 일방적인 다그침, 대화 단절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기상시간부터 친구관계까지 자신의 모든 생활을 감시하는 어머니에게 불만이 컸던 미나는 평소 "죽고 싶다""이럴 거면 죽어버릴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엄마의 말은 "차라리 죽어버려"였다. 결국 미나는 집 화장실에서 스스로 손목을 그었다.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살징후에 대한 부모의 지식과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녀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자살징후를 무심하게 넘기는 바람에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택수 생명나눔본부 팀장은 "자살한 학생들의 사례를 보면 자살징후를 보이는데도 부모가 간과한 경우가 약 8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들이 '설마 정말 죽겠어'라는 생각으로 무시하거나 오히려 몰아세우는 일도 있는데, 그런 경우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순찬 송파정신보건센터 상임팀장은 "자살을 시도한 후 치료를 받고 생존한 청소년들 중에서도 부모와 함께 상담센터를 찾아와 상담을 받는 경우는 10명 중 2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부모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통계청의 '201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만 15~24세 청소년 가운데 지난 1년간 한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비율은 8.8%로 나타났다. 또 2010년 기준 청소년의 사망 원인 중 1위는 자살로 10만명 당 자살자수가 13명에 이른다.
황 팀장은 "자살을 선택하는 청소년의 공통점은 고민을 나눌 상대가 없거나 정서적 지지자가 없다는 것"이라며 "자녀에게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무조건 수용적인 태도로 대화를 해야 하고, 심각하면 즉시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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