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대선공약인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강화'원칙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이른바 '박카스 분할'갈등으로 일컬어지는 동아제약 지주회사 설립논란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측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물론 기업지배구조펀드까지 나서 반대투표를 연일 압박하고 나섰다. 재계에선 금주 중 확정될 국민연금측의 투표권 방향이 동아제약 사태를 넘어 향후 박근혜 정부의 기업지배구조정책을 보여줄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인베스트먼트클럽은 국민연금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동아제약 주요 주주에게 동아제약 분할안의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지적하며, 반대투표를 종용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또 동아제약에도 분할안 수정을 공식 요구하고, 회사분할을 강행할 경우 경영진을 상대로 민ㆍ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펀드인 서울인베스트는 태광그룹과 코스닥 기업 에이스일렉 경영진의 사법처리를 이끌어낸 전력이 있으며, 2009년에는 국내 최초로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대표당사자로 법원 허가를 받아 승소하기도 했다. 앞서 소액주주 커뮤니티 '네비스탁'도 동아제약 분할안에 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한 상태다.
동아제약은 지주회사(동아쏘시오홀딩스)를 신설하고 그 밑에 ▦전문의약품을 생산하는 동아에스티 ▦박카스를 비롯해 일반의약품을 생산하는 동아제약(비상장)을 두는 회사개편안을 28일 열릴 임시주총에 올리기로 한 상태. 하지만 서울인베스트나 네비스탁 등은 알짜 자산인 박카스와 일반의약품 등을 비상장법인에 두면 일반주주들의 지배력이 축소되고, 오너 2세로 편법상속이나 임의적인 분리 또는 매각이 가능해진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동아제약 측은 이에 "주주동의 없이 박카스 사업을 팔거나 분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소액주주들은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현재 동아제약의 주주 구성은 오너인 강신호 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14.64%(우선주 포함), GSK 9.91%, 국민연금 9.5%, 한미약품 8.71%, 오츠카 7.92%, 우리사주조합 6.45%, 녹십자 4.2% 등이다. GSK와 오츠카는 대주주 우호지분으로 분류되지만, 업계경쟁자인 한미약품과 녹십자는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사실상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아직까지 투표권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태. 지난 17일 자체 투자위원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해, 금주 중 소집될 외부인사 중심의 의결권전문위원회로 공을 넘긴 상태다.
현재로선 국민연금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오리무중이다. 다른 투자관계가 복잡해 '안전하게' 중립의견을 낼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박 당선인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를 공약으로 천명했고 이번이 그 첫 케이스인 만큼, 반대표를 던질 것이란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가장 큰 손으로 많은 대기업에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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