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질 목에 폭탄 두르게하고 인간방패로 세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질 목에 폭탄 두르게하고 인간방패로 세워"

입력
2013.01.20 12:03
0 0

알제리 동남부 인아메나스 인질극 참사가 정부군과 이슬람 무장세력의 교전 끝에 인질 23명과 인질범 32명이 사망하며 19일 비극적으로 종료됐다. 알제리 국영매체는 알제리군 특수부대가 이날 오전 인아메나스 천연가스 생산시설에서 인질범 11명을 사살하면서 구출 작전을 마쳤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인질 7명이 추가로 희생됐다. 알제리 내무부는 두 번에 걸친 작전으로 알제리인 노동자 685명과 외국인 노동자 107명을 구출하고 현장에서 기관총, 로켓 발사대, 미사일, 수류탄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인질극은 일단락됐지만 숨진 인질들의 국적이 확인되지 않고 행방불명 노동자들의 생사도 확인되지 않아 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AFP통신은 미국, 영국, 프랑스, 루마니아, 일본인이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납치됐던 자국민 7, 8명 가운데 한 명이 18일 작전 중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프랑스도 자국민 한 명이 19일 작전 중 숨진 것을 확인했다. 노르웨이 5명, 말레이시아 2명 등도 행방불명 상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인 10명이 실종됐다며 사망자 확인에 나섰다. 인질범들은 알제리 3명 등 다양한 국적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참사 현장에서 살아난 사람들은 목숨을 건졌다고 안도하면서도 끔찍한 상황을 돌아보며 몸서리쳤다. 17일 현장에서 탈출한 필리핀인 루벤 안드라다는 "납치범들이 나와 동료들의 목과 몸에 폭탄을 두르게 한 후 인간방패를 만들어 SUV 차량에 나눠 태웠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알제리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혼란을 틈타 탈출했다. 현장에 숨어있던 프랑스인 알렉산드로 베르소는 프랑스 라디오방송 유럽1과의 인터뷰에서 "총성이 들린 후 방으로 가서 침대 아래에 몸을 숨기고 널빤지로 입구를 가렸다"며 "40시간쯤 지난 후 녹색 군복을 입은 알제리군이 들어와 구출해줬다"고 안도했다. 한 20대 알제리인 청년은 납치범들이 프랑스인 동료를 총으로 쏘는 것을 목격했다며 "숨진 사람의 얼굴이 눈 앞에 맴돌아 괴롭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하며 눈물을 떨구었다.

무장세력이 외국인 노동자를 주로 노렸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18일 작전 당시 시설에서 탈출한 한 알제리인은 "납치범들이 '우리는 이슬람의 이름으로 미국인에게 이슬람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서 여기 왔다'고 외친 후 5명의 인질을 즉시 처형했다"고 프랑스24방송에 밝혔다. 가스시설에 음식을 배달하던 알제리인 샤반은 "납치범들은 '우리는 영어 쓰는 사람을 찾고 있으며 너희는 죽이지 않을 테니 나와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알제리군의 무리한 작전을 비난했던 미국 등은 19일 테러리스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참사의 책임은 전적으로 테러리스트들에게 있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은 없다"며 "이번 알제리군의 구출 작전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