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가 간에 환율정책을 둘러싸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일본이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한 무제한 금융완화 정책으로 엔화가치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리면서 국제통화기금(IMF)를 비롯, 미국과 독일 러시아 등이 '전쟁' '보복' 등의 거친 용어를 쏟아내고 있다. 일본의 정책이 주요 국가들의 통화가치를 자극, 결국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손을 놓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됐던 지난해 9월말 70엔대 후반에 머물던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90엔을 넘어섰다. 더욱이 일본 정부측에서는 적정수준의 엔ㆍ달러 환율을 100엔 근처로 잡고 있어 엔화가치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인위적인 통화가치 하락은 IMF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어떤 전쟁도 혐오한다"고 말해 지금이 전쟁 직전의 상황임을 암시했다. 또 매트 블런트 미국 자동차정책위원회(AAPC) 위원장은 "일본이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보복을 주장했다. 독일과 러시아도 재무관료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일본의 엔화약세 정책에 대해 공개적인 반기를 들고 있다.
우리도 원화가치가 지난해 4분기 이후 5%이상 절상됐다. 이 같은 속도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특히 우리 기준금리는 선진국보다 높아 외국자본이 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원화가치가 급등하면 해외송금이 유리하고 유가인하 등으로 일반 국민들에게는 득이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당장 수출 전선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도 정책 당국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관망만 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상황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중소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원화가치 급상승에 따른 수익성 감소로 아우성이다. 자칫 실기를 할 경우 우리 경제가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원화가치 상승이 지금처럼 너무 급격해서는 안 된다. 정교한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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