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추락을 거듭하던 태양광산업이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다. 태양광 핵심 원료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만성적인 공급과잉 현상이 잦아들면서 회복 국면 진입을 점치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20일 태양광 가격정보사이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가격(16일 기준)은 전주 대비 0.31%(0.05달러) 상승한 ㎏당 15.9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15.35달러까지 하락, 저점을 찍은 이후 3주 연속 오름세다. 가격 상승폭은 미미하지만 폴리실리콘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태양전지 모듈-태양광발전’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의 출발점이란 점에서 반등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폴리실리콘은 지난 2008년 중반 만해도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당 가격이 250달러를 웃돌았다. 살인적인 고유가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유가가 하락세로 접어들고, 특히 최대 수요처인 유럽이 재정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태양광 시장은 급속 냉각됐다. 심각한 공급과잉 속에 지난해 초에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30달러대로 폭락하더니, 그나마 이 가격도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업계에선 폴리실리콘 가격의 최근 반등에 대해,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결과로 보고 있다. 국내만 하더라도 폴리실리콘 업계 3위 웅진폴리실리콘이 모기업인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2위 한국폴리실리콘도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기업회생절차에 착수했다. 4위 업체인 KCC도 충남 대죽공장의 가동을 멈추고 매각을 검토하는 등 대부분 업체들이 재무적 어려움에 빠지면서 실질적 공급축소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 국내 업체들의 폴리실리콘 생산 규모는 15만여톤으로 글로벌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작은 가격 변동이라도 실적과 직결되는 만큼 업체들의 생산활동에는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수요회복 전망도 가격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금년도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계획을 예상을 뛰어 넘는 10GW 규모로 발표하면서, 업계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태양광 시장의 적정 생산능력이 수요 대비 15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는 상당수 업체들이 퇴출되고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2015년부터 안정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본적 업황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극심한 수급 불균형에 시달려온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추고 덤핑 판매에 집중한 덕분에 재고물량이 소진되면서, 가격이 다소 회복됐다는 논리다. 이충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10GW 규모의 태양광발전 신규시장을 만든다고 하지만 이는 중국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라 업계 전반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시장 정상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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