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면서 흩날리는 물보라를 보면 체증이 단번에 뚫릴 만큼 시원스럽다. 이 물보라는 바닷물에서 대기로 배출한 아주 작은 물방울이다. 이처럼 공기 속에 떠다니는 미세 액체 방울이나 고체 입자를 '에어로졸(aerosol)'이라고 한다.
에어로졸은 화학적 성질이나 기원에 따라 먼지(dust), 훈연(fume), 안개(mist), 매연(smoke), 스모그(smog), 박무(haze), 검댕(soot) 등으로 구분한다. 그 크기는 몇 ㎚(나노미터ㆍ10억분의 1m)에서 몇㎛(마이크로미터ㆍ100만분의 1m)까지 다양하며, 태양에서 지구로 유입되는 햇빛을 산란하거나 반사해 지표면을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2만5,000년 전 빙하기 때 에어로졸의 양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지구 온난화가 시작됐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공해ㆍ황사 등으로 에어로졸이 현 추세로 계속 늘어난다고 보면 지구에 '냉각기'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구 온난화, 미세 먼지 감소 때문"
국종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2만5,000년 전 빙하기부터 5,000년 전 간빙기 시기에 남극과 북극 지방에서 온난화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사막 등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급격히 줄어든 결과라는 연구결과를 인터넷판(7일자)에 발표했다. 당시 북극의 미세먼지는 중국 내륙 사막에서, 남극의 미세 먼지는 남미와 호주 사막에서 날아온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 코어(ice coreㆍ빙하에서 채취한 얼음 기둥)를 분석한 자료를 제시했다. 분석 결과, 이 기간의 남ㆍ북극 에어로졸 감소율은 지구 전체 평균보다 12배나 높았다. 이 때문에 극지방 기온이 지구 전체 평균보다 6배나 빠르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극지방의 기후변화 원인을 얼음의 햇빛 반사로만 설명했지만 미세 먼지도 주원인이라는 사실을 처음 밝힌 것이다.
국 박사는 "빙하기 때에는 대기가 건조하고 바람이 많아지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미세 먼지가 많아진다"며 "미세 먼지는 햇빛을 반사해 극지방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 성과의 의미를 "극지방의 기온변화는 한반도가 속한 중위도 지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기후 환경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요인"이라며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예측 모델의 새로운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로졸로 햇빛 차단해 온난화 차단?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충격적인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극 일대에 관측된 얼음 면적은 사상 최저 수준이며, 특히 3~9월 동안 사라진 얼음 표면적은 미국 전체 국토보다 넓은 1,183만㎢에 이른다. 이는 한반도의 50배가 넘는 크기다. 보고서는 "북극의 얼음 표면적 감소는 기후변화가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임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 200여개국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온실가스 방출 감축 방안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견해 차이로 실효성 있는 감축 작업이 20년 넘도록 진척을 보지 못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의 주범'이 에어로졸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에어로졸로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구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뿌려 햇빛을 차단하는 방안을 연구 중인 더글라스 맥마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의 작업이 최근 에 소개됐다.
이 연구팀은 ▦에어로졸로 지구 전체를 차단했을 때 ▦남극과 북극 상공만 차단했을 때 ▦북극 상공만 두껍게 가리고 나머지 지역은 엷게 가렸을 때 등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 온도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지구 전체를 차단한 경우 일부 지역은 무덥고 반대로 다른 지역은 추워졌다. 일부 지역만 차단한 경우에는 지역별 기후 차이가 줄어들었다. 또 여름철에만 북극에 쬐는 햇빛을 차단해도 북극 얼음 면적이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도 적지 않다. 팀 렌턴 영국 엑세터대 교수 등 많은 과학자들은 "실제 지구는 가상실험 환경보다 훨씬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에어로졸로 햇빛을 가리는 방식으로는 온난화를 늦추는 데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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