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지적장애인의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화폭에 담아온 김근태(56) 화가가 유엔 전시회를 계획 중이어서 성사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김 화백은 100호 캔버스 80여개를 연결해 길이 100m에 달하는 대작 '들꽃처럼 별들처럼 2015'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2015년 전시를 목표로 준비하는 이 프로젝트에서 그는 캔버스를 '악보'로 지적장애인을 '음표'로 형상화해 남도의 자연 배경과 사계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장엄한 오케스트라 악보로 표현할 예정이다.
조금은 비뚤어지고 누워있는 음표들이지만 그들이 각각 뿜어내는 삶의 모습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지난 17일 자신의 작업실인 전남 무안군 삼향면 '김근태 미술관'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세계에 알리는 발족식을 가졌다.
지난해 9월부터 준비에 들어간 이번 프로젝트는 올해 인물스케치 등을 완료한 데 이어 내년에는 채색 및 질감작업에 들어가 연말까지 최종 완성한다는 예정이다.
그는 장애인 그림 악보가 완성되면 서울 예술의 전당은 물론 유엔 등에서 전시를 추진할 계획이다.
17일 이 곳을 방문한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적장애인을 그리는 김 화백의 2015년 유엔 전시를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유엔 새천년개발 포럼'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이 의원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국내에 와서 만날 기회가 되면 유엔전시를 건의하고 가급적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격려했다.
김 화백이 지적장애인들과 인연을 맺고 화폭에 그림으로 담기 시작한 것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목포 앞바다의 작은 섬 고하도의 '공생재활원'에서 150여명의 정신지체아를 만나 그림을 가르치고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과 인연을 맺었다. 목포장애인요양원에서도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해 그림 지도를 하면서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정신지체아이들은 그를 '아빠'라 불렀고 스스럼없이 품 안에 안겼다.
김 화백 자신도 오래 전부터 한쪽 눈이 실명되고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가 있다. 그는 순수한 장애인들의 얼굴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라 생각하며 화폭에 담고 있다.
김 화백은 "내가 가장 힘든 시절에 장애인들에게서 순수함을 발견하고 그 때부터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며 "장애는 단순히 극복돼야 할 부정의 대상이 아닌 긍정과 인정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내용이자 전시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 출신으로 조선대 미대를 졸업한 뒤 프랑스 그랑슈미에르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문태고 교사와 목포 민예총 지부장을 거쳐 현재 서남권 문화예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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