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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라톤 미래 여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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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라톤 미래 여기 있었네"

입력
2013.01.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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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호3월 서울서 국내 풀코스 데뷔목표는 5분 당겨 9분대 골인… 황영조 "2시간 6분대도 가능● 김성은3분만 당기면 한국 신기록2009년 입문 다음해 8분 단축… 추위 강해 올림픽 부진 만회

2008년 4월 한국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

무명의 백승호(23ㆍ삼성전자)가 1만m 트랙에 나섰다. 목포기계공고 3학년 백승호는 전국대회에서 한번도 1위를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철저히 '진흙' 속에 묻혀 있었다. 대학진학마저 장담할 수 없는 오갈 데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백승호는 400m 트랙 25바퀴를 도는 레이스에서 마지막 두 바퀴를 62초에 주파하는 뒷심을 발휘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육상전문가들은 "1만m경기 최종 400m를 62초에 통과하는 것은 한국기록을 경신할 때 나오는 페이스다. 내로라 하는 국내 톱랭커들도 64~65초에 들어온다"라며 백승호의 막판 질주에 혀를 내둘렀다.

주니어육상선수권은 주로 2진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로 크게 주목 받지 못하는 무대다. 그러나 이를 눈여겨본 지도자가 있었다. 황규훈(60)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이다. 황감독은 육상연맹 부회장겸 당시 건국대 마라톤 감독이었다. 황감독은 "승호를 만난 것은 기막힌 우연이다. 최종 기록은 32분대로 보잘 것이 없었지만 첫눈에 '이거다 싶었다'. 곧바로 고교감독을 찾아가 내가 받겠다"고 말했다. 황감독이 털어놓은 백승호와의 운명적인 만남이다. 건국대에 진학한 백승호는 황감독의 손길을 거치며 미완의 원석에서 반짝거리는 옥석으로 다듬어졌다. 이듬해 전국대학육상경기 1만m 우승을 시작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0년엔 5,000m 한국신기록(13분42초98)도 갈아치웠다.

한국마라톤에 새로운 기운이 싹트고 있다. 첫 손가락에 백승호가 꼽히고 있다. 백승호는 3월 서울국제마라톤을 통해 국내 풀코스 데뷔전을 치른다. 백승호는 2011년 12월 일본 요미우리 마라톤대회에서 처음 42.195km를 달렸지만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백승호의 기록은 2시간15분20초. 최근 삼성전자 육상단에 입단한 백승호를 지난 16일 제주도 전지훈련장에서 만났다. 그는 "풀코스 데뷔전에서 지구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35km지점에선 어떻게 달렸는지 모를 정도로 힘들었다. 지난 1년간 착실히 준비했다. 5분을 앞당겨 9분대 골인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백승호는 이어 "지난해 말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경부역전마라톤)를 통해 지구력이 크게 향상된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백승호는 실제 경부역전마라톤 5개소구간을 1위로 휩쓸며 2년 연속 최우수선수에 뽑히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황영조(43)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승호는 아시아 기록보유자인 다카오카 도시나리(일본ㆍ2시간6분16초)에 비유할 수 있다. 스피드는 검증됐고 지구력만 보충하면 대성할 자질을 갖추고 있다. 2시간10분대를 넘어 ,6분대도 넘볼 수 있는 DNA가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한국마라톤 최고기록은 이봉주의 2시간7분20초로 13년째 묶여있다. 2시간2분대를 위협하고 있는 세계기록과 비교하면 뒷걸음질치고 있는 셈이다. 연맹 수장이 "이방인 마라토너에게 태극마크를 붙일 수도 있다"는 발언이 나올 정도다. 황규훈 감독은 "조로(早老)하지 않게 서서히 끌어 올릴 계획이다. 한국기록 도전은 내년쯤, 멀리는 4년 후 리우 올림픽을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호와 함께 여자마라톤 김성은(24ㆍ삼성전자)도 권은주의 한국기록 2시간26분12초를 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성은의 기록은 2시간29분27초. 3분여만 앞당기면 한국기록은 물론 단숨에 올시즌 세계 4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되고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손에 넣게 된다. 2009년 마라톤에 입문한 김성은은 이듬해 8분을 앞당길 정도로 폭발적인 레이스를 펼쳐 육상인들을 놀라게 했다. 김성은은 "이번 동계훈련을 통해 당시의 몸상태를 거의 회복 중이다. 거리에 대한 부담감도 없앴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김성은을 발탁한 임상규(56) 삼성전자 육상단 고문은 "성은이는 더위보다 추운 날씨에 강하다. 런던올림픽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승부근성이 남다르다"라며 힘을 보탰다.

제주=글ㆍ사진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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