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7일 내놓은 4대강 사업 감사결과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정권 교체기에 현 정부 최대 역점사업이 '총체적 부실', '실패한 국책사업'으로 규정됨에 따라 야권의 책임 규명 공세가 이미 시작됐고, 현 정부는 정치적 동기를 의심하며 불쾌한 표정이 역력하다. 4대강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맞대응 하는 등 관계당국 간 난타전 양상마저 벌어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맞을 경우 상상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밀진단을 통한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1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4대강 보(洑)의 본체는 암반에 기초를 건설했고 하부 침식이 발생하지 않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반박했다. 4대강 보 설치로 유속이 느려져 작년 여름 대량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폭염과 가뭄 탓이지, 보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3개의 보를 설치한 남한강이 아니라 보가 없는 북한강에서 녹조가 대량 발생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하천공학 및 수질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녹조 등 수질 오염이 만성화할 우려가 있는 데다 일부 보는 붕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북한강의 경우 이미 청평댐, 춘천댐 등 7개 댐 건설로 호수화 돼 있어 녹조가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가 단지 북한강에 보를 짓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작년 8월 경북 고령군 일대에서 발생한 낙동강 녹조가 삽시간에 구미, 상주 일대로 번진 것과 관련, "과거 녹조가 나타나지 않던 곳인데 4대강 사업 이후 대량 발생했다"며 "올해에도 대규모 녹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차 안전을 장담한 보 역시 곳곳에서 심각한 균열이 발생해 침식이 더 진행되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4대강조사위원회에 따르면 함안보의 경우 빠른 유속에 보 상단의 모래가 쓸려나가면서 바닥 깊이가 최대 28m까지 파였고, 보 하단 밑바닥도 심하게 침식된 상태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도시공학부 교수는 "보 상단 침식이 계속되면 뒤틀리거나 심할 경우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상주보와 칠곡보 또한 수압으로 강바닥이 파이는 것을 막는 물받이공의 콘크리트 곳곳이 균열된 상태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물받이공은 본체(보)와 일체형으로 타설하는데, 그게 부서졌다는 건 보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권 장관의 "안전하다"는 주장과는 달리, 애초부터 설계변경이 안 돼 문제가 많았던 사업이었다는 참여 건설사의 증언도 나왔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강물의 흐름, 지반의 특성, 준설 후 달라지는 유속 등 돌발변수들이 설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여러 번 설계 변경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현장과 맞지 않은 설계도를 강요하니 보에 금이 가고 수문이 뒤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실한 설계에다 임기 내 완공을 위한 공사기간 단축, 건설사의 부실 시공 등이 어우러진 결과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보의 붕괴 위험, 수질오염 등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만큼 신속한 정밀진단을 통해 실현 가능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책임 소재 규명도 필요하지만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기보다는 효율적인 위험관리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현재 보를 헐어버리자는 주장과 유지ㆍ보수하자는 주장이 엇갈리는데, 둘 다 혈세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적 낭비를 최소화하려면 국토부, 설계사업자, 수자원공사, 시공사, 민간 전문가 및 환경단체 관계자 등이 모두 참여해 제기된 문제들을 정밀진단 한 뒤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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