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8대 대선에서 승리한 뒤 18일로 한 달이 지났다. 박 당선인의 지난 한 달 행보에 대해선 명암이 뚜렷하다. 박 당선인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정권을 인수하는 모습은 5년 전과는 다른 새로운 풍경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보안을 지나치게 강조한 데서 비롯된 '밀실' '불통' 등의 그림자는 오히려 증폭되는 모습이다.
우선 박 당선인의 '조용한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박 당선인은 대선 승리 이후 민생 현장 방문 등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외부 일정을 최소화했다.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 방문도 지난 6일 현판식과 이튿날 첫 전체회의 때 두 차례 찾은 것이 전부이다.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는 게 박 당선인 측의 설명이다. 인수위가 과거 인수위처럼 점령군 행태를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당선인은 또 비서실과 인수위 인선에서 정치색을 배제했다. 친박계 및 측근들을 2선으로 물러나게 함으로써 정권 초 반복됐던 파워게임 양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박 당선인이 비서실과 인수위 인선 등을 통해 '탕평' 의지를 강조한 것도 평가 받을 만하다. 공무원의 인수위 파견 인선에서 각 부처의 추천안을 대부분 그대로 수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반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지속된 박 당선인의 '철통 보안'과 '밀실 인사'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워낙 보안을 중시하다 보니 극소수만이 인사 작업에 참여하게 되고, 이에 따른 부실 검증 우려가 커지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박 당선인의 첫 인사였던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에 대해선 여당 내에서조차 비판론이 제기됐고, 청년특위 인선에서도 일부 부적절한 인사들이 포함됐지만 유야무야 넘어갔다. 지난 13일 사퇴한 최대석 전 인수위원의 사퇴 배경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각종 설만 난무하고 있는 상태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밀실에서 결정하다 보면 오판을 낳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집단 지성을 활용해 검증 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새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면 권위주의 정권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당선인의 '소통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권 일각에선 박 당선인이 "인수위의 불통을 방치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인수위 초반 '노(No) 브리핑' 논란과 일방적인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가 단적인 예로 꼽힌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 방향이 정해지면 이를 뒷받침할 여당과 국민 여론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적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순 부산대 정외과 교수는 "박 당선인의 한 달 행보를 보면 신뢰와 약속 지키기 등의 일관성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유연성이 부족했다"며 "지금보다 더 열린 자세로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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