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통화완화 정책기조가 바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외국인 투자금 및 원화가치 급등을 우려하는 지금과 정반대로 조만간 급격한 외화유출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가진 금융협의회에서 "금융위기가 더 악화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선진국들의) 대응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모든 경우에 대비해 준비하는 게 낫다"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춘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총재의 이 같은 언급은 선진국들이 시중에 잔뜩 풀어놓은 유동성을 조기에 회수할 경우, 우리나라와 신흥국에 유입된 투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금리, 환율의 급변동 등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2008년 리먼 사태 직후에도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일제히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극심한 달러 고갈로 외환위기 직전까지 몰린 바 있다.
정부와 한은이 유사한 사태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선물환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등 이른바 '외환건전성 3종세트' 강화 조치와 함께 추가적인 외국인 자금 유출입 규제 대책을 검토해 왔으나 아직 시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보고했다. 김 총재가 최근 잇따라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은 같이 갈 때 효과적이다" "필요할 경우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외환건전성 조치 등으로 적극 대응하겠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은이 조만간 구체적인 액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위는 이날 한은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 최근 원화가치 급등에 따른 대응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심의ㆍ의결하기 때문에 한은이 구체적인 정책을 약속할 수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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