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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늦춰진 오바마 취임식 왜? 일요일과 겹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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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늦춰진 오바마 취임식 왜? 일요일과 겹쳐 밀렸다

입력
2013.01.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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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헌법서 1월20일로 못박아 워싱턴 의사당 실외서 거행성경 이용은 전통… 일부 예외도… 선서문구 틀려 재선서 사례까지한겨울 최장시간 연설 해리슨 취임 31일 만에 폐렴 사망 '최단명'

미국은 역사가 짧지만 민주주의 양대 정체(政體) 중 하나인 대통령제를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다. 민주정치만큼은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한다.

그런 미국 정치에서 가장 전통이 오래된 행사 중 하나가 대통령 취임식이다. 1789년 이후 올해까지 57차례 열리며 국가적 축제로 자리매김한 대통령 취임식에는 성문화(成文化)하지 않은 절차와 의례, 수 세기 동안 굳어진 상징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역사가 오랜 만큼 관련 사건도 다양하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 보도를 참조해 21일 개최되는 취임식 이모저모와 역대 취임식 관련 내용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Q: 올해 취임식은 왜 1월 20일이 아닌 21일에 열리나.

A: 1933년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20조는 대통령 취임일을 1월 20일(정오)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1월 20일은 일요일이어서 부득이하게 이튿날 취임식을 연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비공식 취임 선서를 하고, 21일 공식 선서를 한번 더 한다. 수정헌법 20조가 제정되기 전 취임식은 3월 4일 열렸는데, 이는 1789년 헌법이 효력을 발휘한 시점을 기념한 것이었다.

Q: 취임식 장소는 어디인가.

A: 취임식은 전통적으로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다. 워싱턴이 아닌 곳에서 취임한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 사례가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다. 워싱턴은 1789년 당시 수도였던 뉴욕의 페더럴 홀(현재 페더럴 홀 국립기념관)에서 취임했다. 취임식은 보통 실외에서 열리지만, 1909년 윌리엄 태프트와 1985년 로널드 레이건이 추운 날씨 탓에 의사당 실내에서 취임했다.

Q: 취임 선서 내용은 무엇인가.

A: 취임식 당일 정오 무렵 대통령은 대법원장이 주관하는 취임 선서를 한다. 선서 문구는 헌법 2조 1항에 나와 있다. 대통령은"나는 성실히 합중국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합중국 헌법을 유지하고 보호하며 보위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선서 문구 외에 보통 "신이여 나를 도우소서(So, help me God)"라는 말을 추가하는 것이 전통으로 굳어졌는데, 이는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시작했다.

Q: 취임 선서는 항상 대법원장이 주재하나.

A: 헌법에 관련 조항은 없지만 전통적으로 취임 선서는 대법원장이 주재한다. 몇 차례 예외는 있었다. 1923년 워렌 하딩 대통령이 임기 중 급서했을 때 아버지 집에 머물던 캘빈 쿨리지 부통령이 아버지를 공증인으로 세우고 선서했다. 1963년 존 F 케네디가 암살됐을 때 린든 존슨 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새러 휴즈 텍사스 연방판사의 주재로 취임 선서를 했다.

Q: 취임 선서에서 사용하는 성경은 어떤 것인가.

A: 대통령은 오른손을 들고 왼손은 성경 위에 올린 채 취임 선서를 한다. 성경을 이용하는 것은 초대 취임식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지미 카터,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는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사용한 성경에 손을 대고 선서했다. 오바마는 2009년 취임식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이 사용한 성경을 썼고 이번에도 이 성경을 이용한다. 성경을 쓰지 않은 경우도 있다. 존 퀸시 애덤스는 성경이 아닌 헌법에 맹세해야 한다며 법전에 손을 올렸다. 존슨은 대통령 전용기 취임식에서 가톨릭 미사경본을 썼다.

Q: 취임 연설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

A: 취임 선서가 끝나면 취임 연설이 시작된다. 취임 연설에는 대통령이 추진할 국정철학이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에 미국 언론은 연설에서 어떤 단어를 가장 많이 쓰였는지를 두고 대통령이 중시하는 가치를 가늠한다. 조지 W 부시는 2005년 2기 취임식에서 자유와 미국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해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적 가치인 자유를 수호할 것을 시사했다. 링컨은 남북전쟁 중이던 1865년 2기 취임식에서 전쟁을,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2차대전 막바지인 1945년 4기 취임식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썼다.

Q: 역대 취임식 사건사고는.

A: 가장 자주 발생한 해프닝은 취임 선서 관련 실수다. 1909년 태프트의 취임 선서를 주관한 멜빈 풀러 대법원장은 틀린 선서 문구를 선창했다. 1929년 허버트 후버 취임식에서 태프트는 대법원장 자격으로 선서를 주재했는데, 20년 전 틀린 문구를 복창했던 태프트가 이번엔 문구를 잘못 선창하는 실수를 했다. 2009년 오바마 취임 선서에서도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문구 순서를 바꿔 말해 다음날 다시 선서를 했다. 율리시스 그랜트는 과음 상태로 취임했고, 링컨과 함께 취임한 앤드루 존슨 부통령은 숙취 때문에 선서에서 횡설수설을 했다. 윌리엄 해리슨은 추운 날씨에도 외투를 입지 않은 채 두 시간 동안이나 연설했다. 역사상 가장 긴 취임연설을 한 그는 취임 31일만에 폐렴으로 사망해 가장 임기가 짧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가지 않은 길'로 유명한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당시 87세)는 케네디 취임 축시를 낭송하며 케네디의 이름을 '존 핀리'로 부르는 실수를 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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