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을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보 안전이나 수질관리, 유지관리 등 모든 부문에서 문제점투성이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에 16개의 보를 설치했지만 설계를 잘못해 이 가운데 15개 보의 바닥이 사라지거나 깎여 나갔다. 수질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했다. 16개 보의 평균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9% 증가했고, 조류 농도는 1.9% 증가했다. 종합적 검토 없이 설정한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준설에 나서 막대한 사업비를 낭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그 동안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의 주장과 우려가 상당 부분 사실로 밝혀진 것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청와대와 국토해양부는 진작부터 이런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안전에 문제가 없고 수질이 개선됐다고 장담해왔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건전한 비판마저 반국가적이고 비애국적인 행동인 양 몰아붙였다. 눈과 귀를 닫고 자화자찬에 빠진 결과가 이 모양이라니 정부 말만 믿었던 국민들로서는 황당할 뿐이다. 결국 이 거대한 부실덩어리는 후대가 두고두고 떠안게 될 골칫거리로 남게 됐다.
정권 말에야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한 감사원의 책임도 결코 적지 않다.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2010년 실시한 1차 감사에서 감사원은 "별다른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면죄부를 줬다. 사업 초기에 제대로 감사를 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예산낭비와 환경파괴를 감사원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방치했다는 비판이 없을 수 없다.
감사원 감사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만큼 4대강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참여한 민관 공동의 중립적 기구를 꾸려 전면적인 재조사부터 할 필요가 있다. 부실과 비리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한 현 정권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함은 물론이다. 어차피 이 문제를 풀어야 할 주체인 박근혜 당선인 측은 조속히 사태를 파악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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