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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겠어" 절망하던 소녀에 꿈 살려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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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겠어" 절망하던 소녀에 꿈 살려준 미술

입력
2013.01.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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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빠져 살던 어린 시절, 미술은 제게 한줄기 빛이었어요. 앞으로도 미술을 통해 세상에 꿈과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정다인(15ㆍ서울 선일여중 3학년)양의 목소리는 힘찼다. 1년 전만 해도 친구들에게 "이제 죽어야겠어"라고 문자를 보내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킬 만큼 문제 많은 학생이었다. 그러나 이젠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뚜렷한 인생 목표가 생겼고, 이를 성취하겠다는 자신감도 넘치는 어엿한 예비작가로 성장했다. 과연 무엇이 정양을 이렇게 바꿔 놓았을까.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 2층 'K옥션 주니어 아티스트 전시회'에서 정다인양을 포함한 30여명의 어린 예비작가들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미술을 통해 저소득층의 한계를 극복하고 절망을 이겨 낸 미술영재들이다.

저마다 남다른 꿈을 가진 이들의 작품은 '정말 어린 학생들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한눈에도 뛰어난 예술적 감각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날 전시회에서 미술영재들은 한 해 동안 'K옥션 주니어 아티스트'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한 194점의 작품들을 일반인들에게 선보였다. 'K옥션 주니어 아티스트'는 K옥션(대표 이상규)과 한국메세나협의회(회장 박용현)가 2010년부터 기초생활수급 및 보육원 입소아동 등 저소득층가정 자녀 가운데 미술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소외계층 미술영재 120여명을 예비작가로 키워 왔다.

정양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잠재된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술에 빠져 있던 초등학교 6학년 당시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더 이상 미술공부를 할 수 없던 정양은 심한 우울증에 빠져 들었다. 정양은 미술을 할 수 없자 희망이 사라진 것 같이 암담하기만 했다. 아무와도 대화하기가 싫었다. 거친 욕설을 내뱉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화를 내는 아이로 변해갔다. 그러나 삐뚤어지던 그녀를 바로 잡은 것은 다름 아닌 미술이었다. 2011년 선생님의 권유로 참가하게 된 'K옥션 주니어 아티스트'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미술을 시작하면서 성격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정양은 "프로그램 멘토로 참여한 한 선생님께서 '꿈은 돈이 아닌 의지가 이루는 것'이라고 말해줬다"며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다시 꿈을 갖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백진주(15)양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 성공사례로 꼽힌다. 어린 나이에도 성격이 어둡고 폐쇄적이던 백양은 홀로 딸을 키우는 어머니의 마음을 항상 애타게 하였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백양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이젠 제법 말수도 많아지고 어른과도 얘기되는 성숙한 '애 어른'이 됐단다. 백양은 "앞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단지 자신만을 위한 작품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 3월 경북예고에 입학하는 윤유진(15)양은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재능이 뛰어난 예비 아티스트로 통한다. 그러나 정작 윤양은 예고보다 실업고를 가기 바라는 부모님 때문에 꿈에 그리던 예고입학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집이 어려워 아빠가 예고 가는 것을 반대 하세요. 제 그림을 봐도 칭찬을 잘 해주시지 않죠.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미술을 열심히 해 꼭 부모님께 인정받는 딸이 될 테니까요."

프로그램 멘토로 참여한 하태임 작가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칭찬으로 자신감을 되찾는 일"이라며 "많은 아이들이 처음 만날 때는 눈도 마주치려 들지 않고 소극적이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점점 밝고 자신감 있는 아이로 변해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때문에 미술에 대한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꿈을 돌려주고 이들이 그 꿈을 스스로 실현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 큰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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