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청사 주변 지열 이용 데운 물 흘려보내 눈 안쌓이게
은평구선 연탄재 재등장 '복고풍'
청주시 제설작업 동참 시민대상 민방위 훈련 면제 '당근책'
고가 등 자동염수살포기 설치도
겨울이면 으레 섬 전체가 눈으로 뒤덮이는 경북의 울릉도. 한번 눈이 쏟아지면 금세 길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폭설을 헤치고 등장한 제설차에는 염화칼슘 대신 바닷물이 가득 담겨 있다. 제설용 굴착기가 눈을 헤치면 뒤에서는 바닷물을 뿌려댄다. 바닷물이 닿은 곳에는 순식간에 눈이 녹아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바닷물은 환경오염도 막고 제설효과도 좋은데다 매년 수억 원의 염화칼슘 구입비용까지 아낄 수 있어 울릉군청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염화칼슘보다 친환경적인 제설제를 찾다 보니 바닷물을 활용하게 됐는데 급경사지나 일주도로에 바닷물을 뿌려놓으면 해풍이 불어 눈이 더 빨리 녹는다"고 말했다.
제설작업에 주로 이용되는 염화칼슘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환경오염과 도로 파손 등의 피해가 커지면서 '그들만의 제설법'을 도입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서울시와 군산시, 예천군 등은 염화칼슘 사용량을 줄이고 제설효과를 높이기 위해 습염방식의 친환경 제설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습염방식은 물과 염화칼슘을 7대3의 비율로 섞은 다음 여기에 소금을 다시 넣어 살포하는 방법이다. 소금은 염화칼슘에 비해 눈을 녹이는 속도는 더디지만 지속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한 이점이 있다.
아직은 극히 일부만 사용하고 있지만 지열이나 열선 등을 활용한 제설방법도 큰 효과를 얻고 있다. 서울시는 신청사 주변에 지열 제설 시스템을 도입했다. 장애인 보행로를 중심으로 설치된 이 시스템은 땅속에 파이프를 묻은 다음 지열로 데운 물을 흘려 표면에 눈이 쌓이지 않게 하는 방식이다. 설치비가 100㎡ 당 2억원으로 비싸지만 효과는 엄청나다. 서울 도심 일부와 구리시 등 경기도 17곳 26km 구간에는 도로포장 면 아래 5~7㎝ 지점에 열선이 깔려있다. 울산시 남구도 지난달 경사각이 30도인 이면도로에 열선을 설치해 주민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인천 연수구는 송도로터리∼송도전화국, 인천시립박물관 길, 연수고가 등에 눈이오면 소금물이 자동으로 뿌려지는 자동 염수 살포 시스템을 설치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이용해 현장에 가지 않고 자동으로 제어되도록 설계됐다. 인천대교와 다남교 등 경인아라뱃길 주요 교량에도 염수 살포 시스템을 갖췄다.
80, 90년대까지 제설제로 많이 쓰이던 연탄재도 다시 등장했다. 서울 은평구는 이면도로와 인도 제설작업에는 염화칼슘 대신 연탄재를 사용하면서 환경오염을 막고 있다.
제설을 위해서는 자재와 장비뿐만 아니라 인력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서울 광진구, 경기 성남시, 대전 동구 등은 시민자율제설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눈이 오면 수천 명의 봉사단이 출동해 각자 3~10m 정도 담당구역을 맡아 눈을 치운다. 청주시는 제설 인력 동원을 위해 민방위 훈련 면제라는 당근책을 내놓기도 했다. 2~4년차는 4시간, 5년차 이상은 1시간 이상 이면도로와 인도 제설작업을 하면 해당 연도 민방위 교육훈련이 면제된다.
이처럼 일부 지자체들은 친환경 제설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많은 지자체들이 예산 등을 이유로 염화칼슘 제설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염화칼슘 부작용에 따른 직ㆍ간접적 비용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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