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세력 '마스크를 쓴 여단'의 지도자 모크타르 벨모크타르는 알제리 가스전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납치하면서 "프랑스군이 말리에서 저지른 대학살에 대한 보복이며 프랑스군에 영공을 개방한 알제리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며 프랑스에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이 인질을 납치한 애초 동기가 벨모크타르의 주장과 달리 프랑스군의 말리 내전 개입에 대한 보복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CNN방송은 17일 "벨모크타르의 행적에 비추어볼 때 가스전 공격은 프랑스군 개입과 상관 없이 계획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벨모크타르가 지난달 지하디스트포럼 웹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최정예 특공대 '피로 서명한 자들'을 조직했으며 이들이 곧 북아프리카 지역에 침입한 서구의 이해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것"을 예고하는 등 이번 공격이 프랑스군의 말리 내전 개입 전에 계획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전문가를 인용해 "가스전 침투 경로와 공격 과정이 치밀해 며칠 내에 구상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하원의원들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 정보위원장은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가 해당 가스전을 미리 정찰한 것 같다"며 "공격이 상당한 시간 동안 계획됐다는 뜻"이라고 폭스뉴스에 말했다.
만약 가스전 공격이 사전 계획됐을 경우 '프랑스의 공격 중단' 요구는 나중에 끼워 맞춘 명목에 불과하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어떤 동기에 의한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벨모크타르가 재기를 과시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벨모크타르는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의 전신인 살라피스트 선교전투그룹(GSPC)의 공동 창립자였고 최근까지 AQIM 사령관을 지냈다. 하지만 사령부 내 불화 때문에 지난해 10월 AQIM에서 갈라져 나와 '마스크를 쓴 여단'을 창설했다. 이후 리비아와 말리 등 지역 무장단체와 관계를 맺는 등 세력을 넓혀 왔다. 말리 북부를 장악한 세력 중 일부인 유목민 투아레그족 반군과도 결혼 관계를 통해 이어져 있으며 프랑스군이 공습한 가오를 기반으로 활동해 왔다. 프랑스 RFI방송은 "이번 가스전 공격은 벨모크타르가 건재하다는 선언"이라고 풀이했다.
각종 물품 밀거래와 인신매매 등으로 수익을 올린 벨모크타르의 행적에 비추어 봤을 때 이번에도 외국인을 인질로 잡고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려 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지역 담배 밀수를 장악해 '미스터 말보로'라는 별명을 얻었고 2003년 이후 유럽인 여행자 32명을 납치해 몸값 수백만 달러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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