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고, 두리번거리고, 어쩌다 멈춰 퍼더버리고 앉을 줄 아는 사람들에게 공간은 열린다. 우리가 사람을 바라볼 때 그들은 천장과 벽, 보도와 하늘을 본다. 우리가 시선으로 시선을 붙들 때 그들은 시선을 풀어 공간을 어루만진다. 그렇게 열린 공간들이 우리를 숨쉬게 한다. 젊은 시인이 열어준 50곳의 귀한 공간들이 이 한 권의 책에 모여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을 상상하는 공간'으로서의 사주카페도 있고, '감정을 다독여 매 순간을 다르게 살아볼 수 있는' 무대 뒤편도 있다. 작가와 함께 우리는 응급실 앞에서 '갑자기 찾아온 신호'에 지난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막차를 기다리며 '오늘과 내일 사이의 이야기'를 더듬어볼 수도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우리의 진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담출판사ㆍ283쪽ㆍ1만2,000원.
최윤필 선임기자 proos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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