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제설제의 성능 인증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표준화 작업에 정부기관이 빨리 나서야 합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실 수석연구원 양충헌(39ㆍ사진) 박사는 친환경 제설제의 보편화를 위한 선결과제를 이렇게 제시했다. 그는 "환경부가 2010년 7월부터 시행 중인 환경표지인증은 제설제에 포함된 수소이온농도(pH)를 확인하는 수준이어서 제설 성능과는 사실상 무관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환경친화적' 요소만이 아니라 '제설 능력'도 정부가 직접 검증하도록 해, 두 기준을 동시 충족하는 제설제의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친환경 제설제는 몇몇 업체들을 중심으로 생산되거나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원료로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자연 물질이나 암모니아 등이 쓰인다. 이들 제품은 강알칼리성인 염화칼슘보다 수소이온농도가 옅어 환경오염과 차량부식, 도로훼손 방지 효과가 높다고 한다. 양 박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친환경 제설제는 도로에 살포되더라도 지하수나 주변 식생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며 "특히 교량, 육교 같은 철골 구조물이나 식수원 보호구역에 친환경 제설제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적 한계가 문제다. 무엇보다 아직은 염화칼슘이나 소금에 비해 제설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현장 제설작업 담당자들의 중론이다. 양 박사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초기에 눈을 녹이는 게 가장 중요한데, 살포 즉시 눈을 녹이기 때문에 염화칼슘이 환경오염 주범이라는 비판에도 여전히 가장 많이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염화칼슘이나 소금보다 2, 3배 비싼 가격에 대부분 수용액 형태여서 대량구매 시 보관장소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친환경 제설제의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양 박사는 덧붙였다. 게다가 친환경 제설제 개발을 위한 전문적인 연구도 그 중요성에 비해선 부족한 실정이다.
양 박사는 "수소이온농도를 최소화하면서 제설능력은 염화칼슘 수준까지 높이고, 가격 경쟁력도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이에 더해 환경적 요소와 제설능력, 두 가지 기준을 다 통과한 제설제만 사용하도록 정부가 방침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안은 없을까. "기존의 염화칼슘이나 소금 등의 수용액 또는 습염식 물질에다 일종의 첨가제를 개발해 투여한다면 제설능력은 그대로 유지하되, 수소이온농도를 희석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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