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정부가 다수의 희생을 낳은 무리한 인질 구출 작전을 편 것은 이슬람 무장세력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말리 내전이 자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알제리군은 17일(현지시간) 동남부 인아메나스 가스 생산시설을 장악하고 있던 납치범들이 인질들을 데리고 차량으로 이동하자 헬리콥터로 공습하고 특수부대를 투입해 사격을 가했다. 차량마다 납치범과 인질이 동승했기 때문에 사실상 무차별 공격이었다.
알제리는 작전 결과에 대해 "인질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쳤지만 많은 이들을 구출했다"고만 밝혀 희생자 숫자 및 신원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알제리 국영 통신은 영국인 2명과 필리핀인 2명 등 4명, 국영TV는 영국 2명·필리핀 4명 등 6명이 작전 중 숨졌다고 보도했다. 반면 납치를 주도한 무장단체 '마스크를 쓴 여단'은 인접국 모리타니 언론을 통해 "인질 35명과 대원 15명이 숨졌고 외국인 인질은 7명만 살아남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16일에도 납치범들이 가스전 직원들이 탄 버스에 사격을 가해 영국인 1명과 현지인 1명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납치된 자국민의 생사 파악에 나선 10개국은 알제리를 비난했다. 미국과 영국은 "구출 작전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AP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알제리에 작전 지원을 제안했으나 거절 당했다"고 보도했다. 가스전에 자국민 17명이 근무하고 있는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알제리에 "군사 작전을 하지 말라"고 사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본은 17명 중 3명의 생존만 확인한 상태다. 비난이 일자 알제리 정부는 "납치범들이 워낙 완고해 인질을 구출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알제리 군부정권과 이슬람세력의 오랜 갈등이 무리한 구출 작전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알제리는 이슬람정당의 총선 승리를 1992년 군부 정권이 무효화하면서 10년 가까이 25만명이 숨지는 내전을 치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슬람 테러집단과 협상은 없다'는 정부의 강경노선과 말리 내전을 계기로 아프리카에서 존재감을 부각하려던 이슬람세력의 이해가 충돌한 것으로 사태를 분석했다. 일각에선 프랑스의 말리 파병에 영공을 제공하는 등 친불 노선을 펴고 있는 알제리에 대한 이슬람의 불만에서 비롯했다는 분석도 있다.
알제리와 인접한 튀니지도 이날 자동소총, 로켓추진탄 등을 대량 은닉한 테러단체를 체포하는 등 이슬람 무장세력 단속에 나섰다. 튀니지는 납치범들이 인접국 리비아에서 건너왔다는 알제리 정부의 발표에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튀지니는 재작년 민주화운동으로 벤 알리 독재정권을 축출했지만 급진 이슬람단체의 득세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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