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동화를 멀리하게 되는 나이가 온다. 현실에 때가 묻거나 동화 속 오류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때가 오기 때문이다. 왜 백설공주는 자꾸 낯선 이에게 문을 열어주었을까, '해님과 달님'에서 어머니는 왜 호랑이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어 죽게 됐을까, 왜 아무도 불쌍한 성냥팔이 소녀를 도와주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들처럼 말이다.
는 제목처럼 동화를 읽으며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궁금증들을 심리학으로 풀이한 책이다. 백설공주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으면서도 겁도 없이 아무에게나 문을 열어준다. 그런데 엄마 없이 외롭게 자란 백설공주로서는 누군가와의 접촉이 절실하지 않았을까. 추측에서 시작해 비슷한 심리 기저를 설명하는 저자는 엄마와 떨어진 아기 원숭이의 실험을 예로 든다. 원숭이는'헝겊으로 만든 인형'에 의존할까, 아니면 우유를 함께 주는 '철사로 만든 인형'에 더 의존할까. 결과는 '헝겊인형'에게 의존한다. '철사인형'에서는 그저 우유만 얻어 먹을 뿐 위험에 처하면 헝겊인형에게 달려간다.
겨울날 맨발로 돌아다닌 성냥팔이 소녀는 곤경에 처한 사람을 목격한 이가 많을수록 오히려 도움을 주는 사람이 적어지는 '방관자 효과' 때문이며,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을 칭찬한 이들은 하나의 압력이 '집단 규범'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여우가 두루미에게 납작한 접시에 담긴 스프를 건넨 이유 또한 골탕 먹이려는 게 아니라 일종의 착각을 한 것으로, 자신의 생각이 보편타당할 것이며 다른 이들도 나처럼 행동하리라는 잘못된 믿음인 '허구적 합의효과' 탓이라는 것이다.
국어교육에서 심리학으로 진로를 바꾼 저자는 딴지 대마왕처럼 동화에 의문점을 제기하며 기저의 심리를 분석한다. 25편의 짧은 동화와 우화 속에서 심리학 개념어를 뽑고, 풍부한 사례와 연구들을 들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했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과 성인들이 가볍게 읽을 만한 심리서적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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