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의 불운이 운수대통으로 이어진다면 '새해 액땜'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축구와 야구 종목은 불의의 사고에 민감하다. 새해부터 터진 사고 탓에 한 해 농사를 망친다면 그야말로 '초상집' 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미한 사고는 '리얼 새해 액땜'이 되기도 한다.
포항 스틸러스는 해외 전지훈련을 앞두고 선수단 버스의 교통사고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포항 선수들이 탄 버스는 지난 16일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언양휴게소 부근에서 트럭과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차량 앞쪽 유리와 범퍼가 파손되는 아찔한 사고였다. 버스 운전 기사만 찰과상을 입었을 뿐 다행히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다치지 않았다.
포항은 부상자가 없자 추돌사고를 좋은 징조로 여기고 있다. 공격수 노병준은 "선수들이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오히려 새해 액땜을 했다고 치자며 넘겼다"고 말했다. 사실 포항은 지난해 1월에도 공항에 발이 묶이는 악재를 겪었다. 전훈지인 인도네시아로 출국할 예정이었던 포항은 비행기가 엔진 등의 기체결함으로 결항되는 바람에 인천공항 인근에서 뜻하지 않게 하룻밤을 묶어야 했다. 올해 또다시 새해에 사고가 터지자 포항의 프런트는 "지난해에 액땜을 하고 FA컵 우승을 했으니 올해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항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10년 1월에 박지성(퀸즈파크레인저스)도 교통사고로 액땜을 한 적이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캐링턴 훈련장으로 이동하던 중 눈길에 미끄러져 경기장 펜스를 들이 받은 것. 차량이 크게 파손됐지만 박지성은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았다. 박지성은 그 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승엽(삼성)도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를 선언한 뒤 새해 액땜을 했다. 지난해 1월 이승엽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당했다. 뒤따라오던 차가 추돌한 것. 이로 인해 정밀검사까지 해야 했다. 교통사고로 국내 복귀 '신고식'을 치렀던 이승엽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주도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지난해 비슷한 일을 겪었다. 류 감독은 승용차 트렁크 위에 지갑을 올려놓았다가 깜빡 잊고 출발해 신분증과 현금, 신용카드 등을 모두 분실한 것. 결국 지갑을 찾지 못했지만 류 감독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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