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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퍼붓듯 퍼부은 염화칼슘… 그뒤엔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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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퍼붓듯 퍼부은 염화칼슘… 그뒤엔 '불편한 진실'

입력
2013.01.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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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뿌린양 벌써 지난해 추월

눈 적게 온 작년 재고분 창고 가득

유통기한·폐기비용 염두 마구 살포

신속제설 못하면 민원전화 폭주

국민들 '빨리빨리' 성향도 한몫

친환경제설제 사용 팔짱만

올해 12월부터 최근까지 8차례 눈이 내린 서울시에는 염화칼슘 1만8,600톤과 소금 2만1,600톤 등 제설제 4만1,900톤이 도로에 쏟아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겨울 모두 2만1,300톤의 제설제를 썼고 이 가운데 50%가 염화칼슘이다. 지난해 겨울보다 7,000톤 이상 염화칼슘을 많이 쓴 것이다.

경기도에서도 이번 겨울 벌써 염화칼슘 6만464톤과 소금 2만786톤을 뿌렸다. 소금은 지난 3년간 사용량과 비슷하지만 염화칼슘은 3년 평균 사용량 4만2,500톤을 훌쩍 뛰어 넘었다. 봄까지는 갈 길이 멀건만 벌써 이 정도다. 염화칼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사용 자제를 권고할 정도로 환경부작용이 크지만 우리는 올겨울 역대 최다의 사용량을 기록할 게 확실하다.

소방방재청이 최근 취합한 올 겨울 전국 지자체와 국토관리청, 한국도로공사의 제설제사용량은 50만6,509톤이다. 15톤 덤프트럭 3만3,767대 분량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여기에는 소금 등 다른 제설제도 포함됐지만 대부분은 염화칼슘이다. 그나마 공공기관 사용량은 어느 정도 파악돼도 공장이나 건설현장, 아파트단지 등 민간에서 사용한 양은 가늠조차 안 된다.

반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된 친환경 제설제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하다. 친환경 제설제는 비염화물계 화합물을 사용, 환경피해를 줄이면서도 소금 대비 90% 수준의 제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데도 그렇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인증해 시판되고 있는 친환경 제설제는 모두 19개 제품. 조달청을 통해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공급된 친환경 제설제는 2만2,000여톤에 불과하다. 지난겨울 소비된 6,000여톤에 비하면 괄목할만 하지만 염화칼슘 사용량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국토해양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올 겨울 염화칼슘 2만2,336톤을 뿌렸지만 친환경 제설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서울시도 염화칼슘 사용량의 9.1%에 해당하는 1,700톤 정도 썼을 뿐이다.

왜 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친환경 제설제를 외면하는 것일까. 최근 염화칼슘 값이 치솟아 친환경 제설제가 4, 5배 비싸다는 통념도 무너져 가격문제 때문만도 아니다. 재고가 넉넉했던 지난해 말 조달청 단가 기준으로 염화칼슘은 ㎏당 170원 정도에서 이달 초 330~360원까지 뛰었다. 지난해 평균 단가 220~230원보다 100원 이상 오른 것이다. 현재 친환경 제설제는 조달청을 통해 구입 시 325~346원 수준이다. 이달 초 경기도가 추가로 구매한 제설제 가격을 봐도 차이가 그다지 나지 않는다. 없다. 염화칼슘은 1톤에 34만원, 친환경제설제는 41만원이었다. 가격차이는 4,5 배가 아닌 20% 정도다.

사실 기록적인 염화칼슘 사용량은 지난겨울 넘어온 재고물량의 영향이 크다. 2년 전인 2010~2011년 겨울의 기록적인 폭설로 지자체 등은 2011~2012년 겨울 염화칼슘을 비축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헌데 겨울가뭄이 찾아왔다. 눈이 적게 내리자 염화칼슘은 창고에서 겨울을 났다. 1년을 묵어 올 겨울로 넘어온 염화칼슘은 연간 사용량의 60% 수준에 달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염화칼슘 유통기한은 2년 정도다. 중화과정을 거쳐야 해 버릴 때는 전문처리업체에 맡겨야 한다. 폐기비용이 구입가격보다 더 비쌀 수도 있다. 2011년 구입량은 올해 못 쓰면 폐기해야 하는데 마침 지난달부터 잦은 폭설이 내려줬다. 공공기관이 염화칼슘을 아낌없이 뿌린 속사정이다.

우리 국민의 '빨리 빨리'근성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뿌리자 마자 눈이 녹는 게 보이는 염화칼슘의 특성은 한국인의 급한 성격에 잘 들어맞는다. 좁은 땅덩어리에 차량은 넘치다 보니 신속한 제설이 요구되는 측면도 있다. '1시간만 그냥 놔두면 대도시 도로들은 완전히 마비되는데 언제 밀어내고, 언제 친환경 제설제를 뿌려 놓고 기다리느냐'는 것이다. 경기도내 한 제설담당 공무원은 "도로에 눈이 쌓이는데 제설작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민원인 원성에 전화통에 불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요즘은 인터넷과 SNS로 실시간 민원이 쏟아진다. 이러니 염화칼슘만큼 빗발치는 민원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조달청 관계자는 "중국 베이징에서도 환경적인 문제를 이유로 염화칼슘을 제설제로 쓰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했는데 우리는 아직도 염화칼슘 의존도가 높다"며 "올해부터 공공기관에 공급하는 염화칼슘과 소금을 친환경 제설제로 대체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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