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최근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김희중(45)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18일까지 항소를 하지 않아 형이 최종 확정됐다. 최근 청와대는 거센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 특별사면을 강행하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실장이 청와대와 교감을 나눈 뒤 사면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 항소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항소를 하면 미결수 신분으로 재판을 받기 때문에 형이 확정된 기결수를 대상으로 하는 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 김 전 실장은 1997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 대통령과 비서관으로 인연을 맺은 뒤 15년 간 최측근으로 지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지난 11일 징역 1년3월과 추징금 3,000만원이 선고된 후 일주일 간 항소를 하지 않아 이날 형이 확정됐다. 검찰도 항소하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금융감독원 감사를 완화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임석(51ㆍ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돼 전부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김 전 실장 측이 공판 내내 "1억8,000만원 중 3,000만원은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점에 비춰 김 전 실장이 항소를 포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변호인 측은 "지난해 7월 구속된 김 전 실장의 남은 형기(약 9개월)가 얼마 되지 않아 항소해도 실익이 없고, 반성하는 차원에서 승복하기로 했다.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징역 2년을 구형했는데 1년3월이 선고됐고, 범죄사실도 전부 인정돼 정상적 절차에 따라 항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관계 인사가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실형이 선고됐는데도 항소하지 않았다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는 설날(2월10일)을 전후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을 대상으로 특사를 단행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후 시민사회와 야권은 물론 여권마저도 "임기 말 측근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1,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6억원이 선고된 최시중(76)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된 천신일(70) 세중나모 회장이 실형 선고에도 상고를 포기해 사면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는 24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상득(78) 전 의원의 항소 여부도 관심사다. 이 전 의원과 검찰이 동시에 항소를 포기하는 경우 형이 확정돼 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고 이 전 의원만 항소해도, 이 전 의원이 사면 직전 항소포기서를 제출하면 역시나 사면 대상에 포함된다. 한편 청와대가 이 전 의원을 사면에서 제외해 가장 큰 비난을 피한 뒤, 이를 방패막이로 김 전 실장 등 측근을 사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