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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금융IT '新한류' "사바이디, 많이 배워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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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금융IT '新한류' "사바이디, 많이 배워가야죠"

입력
2013.01.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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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내렸다. 고층빌딩 옥상에 하얀 눈이 덮여 평소 삭막했던 도심이 조금은 정감 있게 바뀐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코스콤 사옥에서 유난히 눈을 반가워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사바이디" 라며 반갑게 인사하는 라오스 증권거래소 정보통신(IT) 부서직원 로미나 룸미라(루ㆍ24), 아사빈 템파칸(앗ㆍ23), 에키시 마니봉(에잇ㆍ22)이 그 주인공. 사바이디는 라오스어로 '안녕하세요'다.

20대 젊은 총각 셋이 한국 금융의 메카 여의도에 모인 이유는 금융IT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이 2011년 1월 주식시장이 없던 라오스에 한국형 증시 운영 시스템을 전수해준 것을 계기로 처음 열린 라오스 거래소가 올해로 개장 2주년을 맞았다. 증권시장에서 정보를 주고 받는 것에서부터 저장, 처리, 관리하는데 필요한 모든 기술(IT)을 담당하고 있는 코스콤은 라오스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시장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이들 직원의 교육을 맡고 있다.

"증권시장이란 개념부터 생소한데 여기에다 복잡한 IT기술까지 한꺼번에 배워야 하기 때문에 교육 내용을 따라가기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도 돌아가서 독자적으로 거래소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하나라도 더 배워가야 해요."(루)

지난해 봄에도 라오스 거래소의 IT부서원 4명이 이곳에서 기술을 익혀 돌아갔다.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유원모 코스콤 해외사업부 차장은 "여기서 연수를 받은 인력들이 라오스로 돌아가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무척 뿌듯했다"며 "지난해 만해도 매일 1, 2통씩 문의 메일이 왔는데, 4명의 직원이 연수를 받고 귀국한 이후 지금은 일주일에 한 통 정도만 문의가 올 정도로 의존도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루, 에잇, 앗은 2월 중순까지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라오스로 돌아간다.

라오스 거래소에 입사한 직원들은 대부분 엘리트들이다. 이들 셋도 모두 현지 최고의 대학인 라오스국립대를 졸업했다. 라오스 거래소에는 총리 며느리, 장관 아들 등 내로라할 만한 집안의 출신들이 많이 있단다.

이들은 한국을 방문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눈도 구경할 수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말아 손 안에 넣어보았는데 너무 차가워 금방 놓쳐버렸다."(에잇),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싸움을 해봤는데 신기하고 재미도 있었다."(앗)

3명의 동료 중 루는 다른 두 명 보다 먼저 한국에서 눈 구경을 했다.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대전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기 때문이다. 루는 "한국은 IT 강국이어서 더욱 관심이 있었다"며 "한국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라오스거래소 입사를 지원할 때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서울 생활은 문화적 충격의 연속이기도 하다. 루는 "처음 찜질방에 갔을 때 사람들이 옷을 다 벗고 한 곳에 모여 몸을 씻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뛰쳐나왔다"며 웃었다. 라오스에는 대중 목욕탕이 없는 까닭이다.

한류에 대해서는 "요즘 고등학생들 대부분이 한국노래를 즐겨 듣는다"며 "나는 아이돌 그룹 '티아라'의 팬(앗)"이라며 라오스에서도 대단한 열풍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이들 삼총사가 라오스로 돌아가면 K 팝, 드라마 등 문화 한류에 이어 금융IT라는 새로운 한류가 뿌리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세 청년들은 "라오스 경제 성장을 견인할 라오스 증권시장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게 목표"라며 "남은 기간 더 열심히 배우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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