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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극복하고 심장전문醫 꿈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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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극복하고 심장전문醫 꿈 펼친다

입력
2013.01.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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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역경을 딛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요.”

3월 미국 내과 레지던트 수련과정(MATCH)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예비 의사’이현경(31)씨와 어머니 이옥자(54)씨는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다. 미 뉴저지에 거주하며 일상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노심초사’, ‘안절부절’이라는 말을 달고 살다시피 했다”는 어머니 이씨의 말처럼 남모를 사연이 있다. 어머니 이씨는 18일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이라는 심장 질환을 앓던 딸이 의사의 꿈을 이뤘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며 “온갖 고난을 극복한 뒤의 희망은 누구든지 맛볼 수 있는 행복”이라고 말했다. 현경씨도 “심신의 병으로 희망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제가 또 다른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말을 이었다.

어머니 이씨는 30여년 전 서울에서 맞벌이 부부로 일을 하면서 돌이 갓 지난 딸을 경남 진해의 친정어머니에게 맡겨야 했다. 그러나 또 한 번 딸과의 생이별이 찾아왔다. 남편의 뒤늦은 유학길에 동행해야 했던 것이다. 슬픔은 잠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딸이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승모판 역류증)을 앓고 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 승모판막은 혈액이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잘 닫히지 않을 경우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가뜩이나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몸이 아프다고 하니 엄마의 마음이 어땠겠어요? 정말 찢어지는 고통으로 숨도 못 쉬었는데… 현경이는 이때부터 혈액을 통한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서 페니실린 근육주사를 스무 살 때까지 매월 한 차례씩 맞아야 했어요.”

누구보다도 견디기 힘들었을 사람은 현경씨 본인이었으나 오히려 공부에 매진했다. 심장 질환을 앓으며 심장전문의가 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위해 의대에 도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2002년 경희대 환경응용학부에 입학했고, 1학년 재학 중엔 병이 악화해 심장판막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외할머니의 극진한 사랑과 헌신은 제게 의사의 꿈을 심어줬죠. 10시간이 넘는 수술까지 받았을 땐 정말 꿈을 포기할 수 없더라고요.”

현경씨는 수술 뒤 한 달 만에 부모가 있는 뉴저지의 럿거스주립대에 2학년으로 편입, 한국의 의대격인 프리메드로 화학(전공)과 생물(부전공)을 이수해 우등생으로 졸업했다. 이어 미국 안티구아대의대(AUA)를 졸업한 뒤 작년엔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에 최종 합격했다.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환희를 맛본 순간이었다. 현경씨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면서도 “1년에 한 번씩 초음파검사를 해야 하고, 감기와 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런 와중에도 최근 필리핀의 시각장애인을 위해 열흘간 선교활동을 다녀와 또 다른 꿈을 품었다. “의료선교 활동을 하고 싶어요. 저처럼 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귀감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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