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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폭탄 피하려다… 염화칼슘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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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폭탄 피하려다… 염화칼슘 지뢰밭

입력
2013.01.1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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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겨울 하늘에 눈발이 날린다. 눈은 차곡차곡 쌓이며 천지를 뒤덮는다. 다음에 벌어질 일은 삼척동자도 안다. ‘눈의 천적’으로 통하는 염화칼슘이 봄부터 가을까지 갇혀 있던 칙칙한 창고 문을 열고 당당히 등장할 차례다.

제설차는 설원이 된 도로를 누비며 염화칼슘을 무더기로 살포한다. 제설 공무원들도 정신없이 염화칼슘 포대를 뜯고, 시민들은 동네 비탈길에 열심히 염화칼슘을 뿌린다. 눈발이 강해질수록 관공서 전화기는 민원전화로 숨돌릴 틈 없이 울려댄다. 염화칼슘이 처음 등장한 1969년 이래 40여 년간 이런 진풍경은 매년 겨울 반복됐다. 도시를 좀 먹는 환경문제 때문에 선진국들은 염화칼슘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는 잦은 폭설에 올겨울 최다사용량을 경신할 태세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밤밭지하차도에 진입한 뒤 10초도 되지 않아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격한 충격이 차량을 마구 흔들었다. 비상등을 켜고 차를 세우고 보니 도로에 둥그런 구멍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스팔트 표면이 냄비 형태로 주저앉으며 팬 이른바 ‘포트홀(Pot Hole)’이다. 공교롭게도 팬 구멍은 딱 오른쪽 타이어가 지나갈 위치다. 포트홀은 수도권의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국지도 이면도로 할 것 없이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 서울은 최근 한 달 동안 포트홀 등 도로파손이 무려 4,011곳이나 났고 이는 2011년 12~2012년 2월까지 3개월 동안의 도로파손 건수(4,417건)에 육박한다.

20㎝ 이상 눈이 내린 춘천, 홍천시 등 ‘눈의 고장’ 강원 영서지역 도로도 지뢰밭이 됐다. 춘천 중심가인 강원도청 인근 중앙로와 옥천동 도로 곳곳에 포트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일부 도로는 맨홀 주변이 내려 앉아 보행자가 도로에서 튄 아스팔트 조각에 맞는 일까지 일어난다. 택시기사 김원진(45)씨는 “야간 주행 중 포트홀에 바퀴가 빠져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웬만해선 눈 구경이 힘든 부산 등 영남지방도 이번 겨울 포트홀이 도로를 수놓았다. 부산국토청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국도 2,733㎞를 조사한 결과 453곳에서 포트홀을 발견했다. 그냥 두면 사고를 유발하게 돼 즉시 보수가 이뤄졌지만 올 봄에 재공사를 해야 한다. 이종협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도로에 뿌린 염화칼슘은 화학반응으로 아스팔트의 결합력을 떨어뜨린다”며 “연약해진 상태에서 오가는 차량의 하중에 쉽게 패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소유자들은 차량 하부 부식 때문에 비상이다. 염화칼슘의 강한 금속 부식성 때문에 눈길 운전 후 내버려뒀다간 프레임, 머플러 등에 녹이 슬기 일쑤다.

염화칼슘은 수분과 양분 흡수 방해로 식물생장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지만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염화칼슘이 섞인 눈덩이를 도로변 가로수 주변에 마구 쌓아두는 모습도 곳곳에 눈에 띤다. 2011년 말 중앙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영동고속도로에 뿌려진 제설제로 과수 피해를 입었다며 분쟁조정을 신청한 농민의 손을 들어준 적도 있다. 겨우내 마구 뿌려진 염화칼슘이 토양이나 수질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도 없다. 경기도는 지난달 말 수도권 2,500만명의 식수원인 팔당호 인근 7개 시ㆍ군에 친환경 제설제 사용을 권고한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은 이전 겨울에 쓰지 못한 염화칼슘을 창고마다 가득 쌓아두고 있는 터라 반환경 제설제에 찌들은 도시의 속병이 짙어질 전망이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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