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동포 작가 김인순(43)씨가 중국 문단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김씨는 1970년대생 작가를 의미하는 이른바 '치링허우'세대. 몇 년 전 중국의 유력 문학잡지가 선정한 10명의 '치링허우 실력파 미녀작가'에 소수민족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되기도 했다.
17일 재중동포 매체 조선족글로벌네트워크(조글로)는 소설가이기도 한 김 혁 옌볜작가협회 소설분과 주임의 말을 인용해 "김인순씨의 장편소설 '춘향'이 지난해 말 준마상 등 각종 문학상 수상작으로 뽑히면서 김씨가 중국 문단에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연변인민방송국의 프로그램 '문학살롱'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김 주임은 "국경과 시공간을 뛰어넘어 고전 '춘향전'을 현대인의 시각에 맞춰 재구성했고, 1인칭 시점의 파격적인 문체로 평론가들로부터 예술적으로 정교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준마상은 중국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종합문학상인'마오둔 문학상', '루쉰 문학상'과 함께 중국작가협회가 주관하는 4개 문학상 중 하나. 협회는 55개 소수민족 문학을 장려하기 위해 소수민족준마상을 선정하고 있으며, 아동문학 활성화를 위해 전국우수아동문학상도 주고 있다.
김 주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치링허우' 작가들이 '류링허우'(60년대생) 세대를 따라잡고 문단의 중견으로 자리 매김하는 등 98년부터 문단에서 하나의 사조를 이루고 있다. 대표작가들은 주로 광저우, 쑤저우 등 남방에 몰려 있으며 김씨는 '북방 대표'로 불린다.
지린성 바이샨에서 문화분야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김씨는 지린예술대 연극문학부에서 희극문학을 전공한 뒤 잡지사에서 일하며 문단과 연을 맺었다. 2002년 발표한 단편 '물가의 아디야'는 중국 최고 단편소설로 선정됐고 '녹차'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장원, 자오웨이 등 톱스타들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으면서 김씨도 덩달아 주목 받았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100만자에 달하는 소설과 산문이 모두 중국어다. "재중동포를 볼 수 없는 탄광 지역에서 자라 민족언어와 문자를 배우지 못했지만 지금도 집안에서는 김치를 담그고 장국도 끓어 먹을 정도로 마음은 완전한 조선족이고, 음식과 생활도 모두 순 조선족입니다." 김씨는 현재 지린성 창춘에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