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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치는 만화 복제, 설땅 잃은 만화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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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치는 만화 복제, 설땅 잃은 만화서점

입력
2013.01.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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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의 만화전문서점 '북새통문고' 안은 썰렁했다. 4만권이 넘는 만화책들은 서고를 가득 채웠지만 고객은 두서너 명에 불과했다. 서점 관계자는 "3년 전 하루 평균 600명이 다녀갔어도 요즘은 100명이 안 된다"며 "월세 내기도 벅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북새통문고와 역시 홍대 근처의 '한양툰크', 화양동 '코믹갤러리', 신림동 '대림서적'은 만화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름난 서울의 만화전문서점들. 한때는 유명 만화가들도 종종 찾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이제는 설 자리가 위태롭다. 영화나 음악 등에 비해 유독 관대한 만화책 불법복제가 숨통을 조인 탓이다.

17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코믹스(순수 오락만화)' 출판시장 규모는 2000년대 초 7,000억원 규모에서 현재는 절반도 안 되는 2,80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이러는 사이 인터넷 공유사이트나 웹하드에는 파일 형태의 만화책 불법복제물이 차고 넘쳤다.

실제로 한 공유사이트에 접속해 만화코너를 검색하자 인기 만화 '원피X''나루X'등 수십 권짜리 시리즈물이 올라와 있다. 한 시리즈 전체를 다운로드 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500원도 되지 않았다. 시리즈물 뿐 아니라 국내 유명작가의 신간도 출판이 되자마자 속속 업로드 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유사이트에서 자주 만화를 받아보는 박모(36)씨는 "조심해야 하는 것은 최신 영화나 아동음란물이지 만화가 아니다"며 "주변에서 만화책을 불법 복제해서 인터넷에 올리거나 다운받아 걸렸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와 저작권보호센터에 따르면 온라인 모니터링 단속을 통해 적발된 만화책 불법복제는 2011년 5,300여만점이었으나 2012년에는 상반기에만 6,350여만점이나 된다. 하지만 센터 측은 단속권한이 없어 해당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하거나 사이트 측이 업로더에게 주의를 주도록 하는 등 사실상 계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작권보호센터 김욱환 차장은 "최근에는 폐쇄형 사이트를 만들어서 불법 만화책 복제본을 유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알던 사람만 회원으로 해서 운영하기 때문에 단속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 이용이 늘어나면서 만화책 불법복제는 더 급증했다. 심지어 인터넷 공유사이트에는 스마트폰 액정크기에 맞춘 만화책 복제물까지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 개념이 약해 불법복제가 판쳐도 용인되는 분위기는 작가와 출판사의 제작 욕구를 꺾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인하 청강대 교수(만화창작전공)는 "만화가 영화나 드라마로도 많이 재생산되는 상황에서 만화시장 쇠퇴는 문화계 전반에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재진기자 3j08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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