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아고속해운이 포항∼울릉간 여객선을 속도가 느린 썬플라워2호로 교체 추진하면서 대구권에서 울릉 및 독도 뱃길이 멀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독도가 '1일 생활권'에서 멀어지면서 독도주권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아고속해운은 최근 울릉군에 공문을 발송, 현재 묵호∼울릉 노선에 운행 중인 4,599톤급 썬플라워 2호를 포항∼울릉 노선에 배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아 측은 공문에서 울릉 주민의 생활노선에 전천후 선박을 배선하고, 현재 805명인 썬플라워2호 정원을 1,000명으로 200명 가까이 증원해 주민 선표 배정을 확대키로 했다. 또 울릉 주민들이 누워갈 수 있는 단체석을 선호하고 있어 단체공간을 확보하고, 생활필수품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썬플라워2호는 현재 포항∼울릉 간 217㎞ 구간을 왕복하는 2,394톤급 썬플라워호보다 운항시간이 1시간30분∼2시간이나 긴 4시간30분∼5시간이나 걸릴 전망이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울릉 주민 박모(47)씨는 "울릉 주민들의 생활권은 묵호가 아니라 포항과 직결돼 있는데 현재 3시간30분 정도 걸리는 포항∼울릉 노선이 5시간 넘게 걸리는 것을 누가 찬성하겠느냐"며 "기상이 조금만 안좋아도 6시간 넘게 걸릴 형편인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아 측은 또 썬플라워2호가 배수량이 크기 때문에 결항률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울릉 주민들은 "썬플라워2호는 선체 길이가 썬플라워보다 짧아 오히려 동해를 운항하는데 불리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대아 측이 경쟁 구조로 되어있는 묵호∼울릉 노선에 속도가 빠른 썬플라워호를 투입,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독도주권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경북도도 울릉도와 독도로 가는 뱃길이 더 멀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울릉도∼독도 구간의 돌핀호나 독도사랑호는 오후 2시에 울릉도를 출발, 독도를 왕복하는데 4시간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오전 10시에 포항을 출발하는 썬플라워2호로는 시간을 맞출 수 없는 형편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정원이 920명인 썬플라워호보다 1,000명인 썬플라워2호가 승객 운송 면에서는 좋지만, 운항 시간 상 당일치기로 육지에서 울릉도를 거쳐 독도를 갈 수는 없는 형편이어서 독도주권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울릉군은 18일까지 울릉지역 각 기관 단체에 공문을 발송, 여객선 교체에 대한 주민의견을 수렴한 후 대아측에 공식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지만 '반대'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인터뷰] 최수일 울릉군수 "주민의견과 달리 일방적 승인은 절대로 안될 말"
"울릉군민에겐 시간이 생명입니다."
최수일 울릉군수는 17일 대아고속해운 측의 포항∼울릉 여객선 교체 추진에 대해 주민 반대가 극심, 백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군수는 "세상이 갈수록 빠르게 변해가는데 울릉군민의 발인 여객선을 2시간이나 늦은 선박으로 교체해서야 되겠느냐"며 "주민 의견과 달리 일방적으로 해운항만청의 승인을 받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도에는 수년 전 만다린호가 항만청의 운항허가를 받았으나 포항∼울릉간 7시간이나 걸리는 탓에 승객이 없어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태성해운 측이 지난해 3시간 걸리는 850톤급의 여객선 허가를 신청했으나 불허됐다.
최 군수는 "생활권이 포항인 울릉군민에게 대아고속해운 측의 방침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육지와 독도를 하루에 잇기 위해서도 울릉∼포항간 여객선 운항시간은 단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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