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심한 풍랑 속에서 울산 신항 북방파제 3공구 공사를 하다 배가 침몰해 사망한 석정 36호의 한 선원이 업체측의 무리한 공사강행을 우려하며 “(공사 강행으로) 누구 하나 죽어야 할 것 같다”며 친구에게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메시지를 남긴 뒤 1시간 후 실제 배는 가라앉았다.
사고 34일 만인 17일 처음으로 공개된 석정 36호 침몰사고 희생자 고(故) 장기호(32)씨가 사고 직전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달 14일 오후 6시 10분 “이렇게 심한데…피항 계획도 말 안해주노..”라며 상황을 우려했다. 친구가 “공사 빨이(빨리) 끝내고 싶었겠지”라고 건설사측을 비난했다. 석정 36호는 석정건설 소속이며, 원청업체는 한라건설이다. 장씨는 농담반 우려반으로 “또..누구하나..죽어야겠네…”라고 말했다. 친구는 “야 그런 말 하지 마라” ,“몸조심해라 애들 잘 챙기고”라고 끔찍한 예상을 서둘러 막았다.
장씨는 이날 저녁 7시 4분 “긴급대피다”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대화가 끊겼다. 4분 후 석정 36호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24명 승선원 중 12명은 구조되고, 장씨를 포함한 12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에는 현장실습 중이던 고교생 홍성대(19) 군도 포함됐다. 장씨는 실종 27일만인 지난 10일 실종자 중 마지막 주검으로 돌아왔다.
당일 낮 12시3분 시작된 이 카톡 대화에서 장씨는 맨 처음 “피향간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풍랑예보에 따라 애초 피향을 계획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업체는 공사 강행으로 돌아섰다. 낮 12시의 계획을 따랐더라면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피향을 가지 않은 장씨를 우려한 친구는 6시3분“답답하다. 날씨 예보가 있었으면 배를 빼야지. 14일 날씨 안 좋아진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더니만 버티다가 꼴 좋다”고 장씨의 안전을 걱정했지만,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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