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공약 이행 의지를 확인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 "대선공약에 대해 지키지 말라, 공약을 모두 지키면 나라 형편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이 있다"며 "이는 국민에 대한 도리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판단의 근거로서 두 가지를 제시했다. "대선 기간에 국민께 내놓은 공약은 실현 가능성과 재원마련 가능성 등에 대해 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해 정성껏 마련한 것"인 데다, "아직 새 정부가 시작되기 전이고, 인수위의 일도 끝나지 않았고, 검토작업이 진행 중"이란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의 중간 정리는 상식과 동떨어지지 않는다. 전자는 최근 공약 이행에 속도 조절이나 수정ㆍ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주문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국민적 오해나 불신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공약 손질이 불가피하더라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원칙론의 확인과 다름없다. 어제 문화관광부와 대통령실, 특임장관실의 업무보고로 1단계 인수작업이 겨우 끝났다. 행정 부처가 경험에 근거해 내놓은 의견을 공약과 하나하나 대조해 조정하는 작업이 막 시작된 마당에 벌써부터 공약 손질 방향을 예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이 그대로 이행되려면 미처 상정하지 못했던 비용과 부담 증가분이 작지 않으리라는 전문가들의 지적 또한 상식에 가깝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그제 정책토론회에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과 기초연금 도입, 기초생활 보장 확대 등 세 공약을 이행하는 데만도 앞으로 4년 동안 여당이 추계한 34조원의 2배가 넘는 77조원이 든다고 지적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런 차이는 정당과 후보의 공약이 아무리 엄밀한 검토를 거쳐도 선거를 앞둔 '정치적 가감(加減)'을 완전히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식의 충돌을 피하려면 무조건적으로 공약에 집착하거나 추정 재원에 지레 겁을 먹고 섣불리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박 당선인 측은 강고한 이행 의지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행정 부처는 타성을 버릴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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