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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국정조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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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국정조사의 의미

입력
2013.01.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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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지성을 대표하는 정치철학자 아감벤이 고대 로마법의 형상에서 찾아낸 호모 사케르(homo sacer)는 '살해해도 죄가 되지 않지만 희생물로 바쳐질 수도 없는 생명'을 말한다. 세속의 법과 신의 질서로부터 동시에 배제된 존재를 의미하는 이 난해한 언어를 간단히 풀어낼 수는 없지만, 이중의 배제로 인해 희생된 '벌거벗은 타자'를 의미함은 분명하다.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호모 사케르의 전형이다. 법에 의해 불법파업자로 배제되고, 보수언론에 의해 시장파괴자로 배척되며, 함께 일했던 동료로부터도 예외의 존재가 되고만 난민 같은 이들에게 남은 공간은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철탑뿐이다.

난마처럼 얽힌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풀어낼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국정조사가 해결의 실마리를 조금이라도 제공할 수 있을 텐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논의의 프레임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미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합의된 사안이기에 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어떻게'의 문제였는데, 무급휴직자 455명의 복직 결정이 이뤄지면서 '왜'의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 국정조사의 목표가 휴직자 복직에 있지 않으니 국정조사 불필요론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소비자 신뢰나 대외신인도 하락을 반대의 근거로 삼는 이도 있으나, 국정조사가 쌍용차라는 기업을 파헤치는 일이 아니니 온당치 않은 주장이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의 투자에 해가 될 것이란 지적도 있으나, 국정조사를 하지 않는다 해서 인수 후 3년이 되도록 한 푼도 보태지 않은 이 인도기업이 쉽게 맘을 바꿀 것 같지도 않다.

국정조사는 자신의 삶을 걸고 쌍용차를 번듯하게 키워낸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정리해고'의 석연치 않은 과정과 문제점을 규명하는 일이다. 당장의 과제는 상하이자동차의 '먹튀'를 막지 못하고 방조했다는 의심마저 사는 정부의 무능을 밝혀내는 일이다. 노동자 2,646명을 해고하는 데 근거가 됐던 회계감사의 의혹을 검증하는 일이다. 자구책까지 마련하며 함께 살자고 외친 노동자를 외면하고, 해고에 저항하는 이들에 대해 과잉진압으로 일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일이다. 이를 어물쩍 넘어가면 기술 빼가기에 혈안이 돼 있는 외국자본은 우리 경제를 더욱 얕잡아볼 것이며, 기술개발에 혼신을 다하는 노동자와 기업인을 다시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노동자들은 삶터인 일터에서 언제 내몰릴지 모를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야한다. 더 근본적인 국정조사의 소임은 쌍용차 문제의 배후에 존재하는 '배제의 논리'를 밝혀내는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헐벗은 희생자를 양산하는 배제의 논리가 너무 쉽게 작동하고 있다. 이 논리는 작가 공지영의 비유처럼 혹독한 '의자놀이'를 강요하며 서로를 배제케 한다. 이를 당장 제어하지 못하면 배제로 인한 예외는 보편적 규칙이 될 것이다. 그 규칙 안에서는 요행히 살아남은 자라해도 '당분간만' 예외에서 벗어나 있는 잠재적 호모 사케르일 뿐이다.

국정조사를 하니 마니 하는 논란은 접자. 지금은 합의된 국정조사를 어떻게 내실 있게 수행할 것인가에 지혜를 모을 때다. 정치권이 그나마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기회인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미 밝혀진 사실들을 재확인한다거나 정리해고 조항 몇 개를 손질하는 식의 용두사미를 보인다면 더 큰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세간의 우려처럼 기업의 회생노력에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세심히 배려하되, 정리해고 관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제2의 쌍용차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위기의 부담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한 부정의(不正義)를 바로 잡고, 우리 노동자와 기업의 노력과 성과를 강탈하려 호시탐탐하는 외국자본에 대해 우리 경제의 주권을 튼튼히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배제의 논리가 의자놀이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우리 모두를 헐벗은 호모 사케르로 전락시키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정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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