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영유권 분쟁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중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동남아를 순방하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일본 정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6일 베이징에서 자칭린(賈慶林) 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양제츠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 "영유권 분쟁이 있다는 사실을 양측이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를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센카쿠에 영유권 분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당시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문제를 덮어두기로 합의했다는 중국의 주장대로 센카쿠 문제를 되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자칭린 주석과 양제츠 외교부장은 "동의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발끈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일본의 입장과 상반된 발언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총리를 지낸 분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가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고유 영토인 만큼 영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7일에는 난징(南京)시의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해 "난징대학살 같은 참혹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일본인으로서 책임을 느끼며 충심으로 사과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나무 한 그루를 심은 뒤 "이 우정의 나무가 푸르게 잘 자라기를 바란다"며 "평화의 꽃이 피는 날이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전직 총리가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한 것은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에 이어 세번째다.
중국 네티즌은 일본 우익세력이 부정하는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하토야마 전 총리가 방문한 것을 환영했다. 반면 일본 우익지 산케이(産經)신문은 "하토야마 전 총리가 중국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동남아를 순방중인 아베 총리는 16일 응우옌 떤 중 베트남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힘으로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에 반대하며 영유권 문제는 국제법 수호가 중요하다"며 중국의 움직임을 경계했다. 중 총리는 "일본을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답했다.
17일 태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는 18일에는 인도네시아를 방문, 경제지원을 약속하고 중국과의 영토 분쟁에 대한 공동대응을 모색한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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