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원전)가 또 멈춰 섰다. 이번엔 경북의 울진원전 1호기로, 지난해 8월에 이어 5개월 만에 또 다시 고장을 일으켰다.
잇따르는 원전고장에 대해 "원전이 만성피로에 빠진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빠듯한 전력사정 때문에 쉴 새 없이 원전을 돌리다 보니, 누적된 피로로 고장이 더 잦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오전 11시19분쯤 울진원전 1호기(95만㎾급)가 원자력출력 계통이상으로 발전이 정지됐다. 울진1호기는 지난 1988년 9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25년 된 노후원전. 첫 가동 이래 모두 45번의 고장을 일으켰으며, 작년 8월에도 가동 정지된 적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로 안전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밀한 원인분석과 수리에는 며칠이 걸릴 것으로 보여, 겨울철 전력수급에 또 다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원전의 잦은 발전정지가 위조부품 사용이나 관리부실 같은 요인 탓도 있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동률도 한 몫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 가동률은 90.7%(2011년 기준). 우리나라 23기 원전 중 20~21기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년 내내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전 세계 원전의 평균가동률은 78.7%. 우리나라가 세계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그 만큼 원전을 '풀 가동'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원전 가동률이 90% 밑으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 전력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같이 발전소를 풀가동한다면 그 만큼 고장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획예방 정비기간이 짧아진 것도 원전을 피곤하게 하는 요인. 원전은 매년 일정기간 쉬면서 낡은 부품을 교체한다거나 청소를 하는 등 정비를 받게 되는데, 이 같은 정비기간이 과거엔 연간 2개월 정도였다가 최근 들어선 1개월 전후로 크게 줄었다. 고장으로, 고장사실 은폐로, 혹은 위조부품 사용 등으로 이래저래 가동중단에 들어가는 원전이 많다 보니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고, 그러다 보니 예방정비기간을 줄여서라도 결국 나머지 원전의 가동률을 높이게 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람도 열심히 일한 뒤엔 휴식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처럼 원전도 좀 쉬어야 하는데 그럴 여건이 되지 않으니까 피로가 누적돼 고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비기간 축소가 부실 정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의 정비인력이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때문에 과거보다 3분의1가량 줄었는데 그 결과 자체안전 감시능력이 떨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지식경제부도 원전의 피로누적이 심각하다고 보고, 원전 가동률을 80%대로 낮추겠다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원전의 안전한 가동을 위해 짧아진 예방정비기간을 다시 늘리고 취약시간대(자정부터 새벽 4시) 정비업무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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