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병역법의 처벌조항이 인격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법원이 또 위헌심판 제청을 해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과거 7차례 위헌심판 제청은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권리 침해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인격권 등 '인간의 존엄성'침해를 명시하고 있어 헌법재판소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강기훈 판사는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이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강모(24)씨가 신청한 병역법 제88조 1항 1호에 관한 위헌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른 사람과 무력충돌의 상황에서 생명을 박탈하지 않겠다는 결정도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성'에서 도출되는 인격권에 속한다"며 "이 같은 결정을 한 사람에게 병역의무 이행 등을 강제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 1호가 헌법상 명시된 '양심의 자유' 및 '과잉처벌 금지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 서울남부지법을 시작으로 낸 법원의 위헌심판제청들에 대해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강씨의 법률대리를 맡았던 백종건 변호사는 "법원의 이번 제청결정은 개인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도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에 해당하는 권리라는 것을 명시한 것"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가 특정 종교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개인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기 시작한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법원이 존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2011년 7월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되자 위헌심판 신청을 했다.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받은 이는 1만7,000여명에 달한다.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는 병역거부자 대부분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고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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