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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 지체장애 아빠로… 류승룡 연기 변신 코끝 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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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 지체장애 아빠로… 류승룡 연기 변신 코끝 찡

입력
2013.01.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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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가슴 찡한 동화 한편으로 눈물 적실 수 있었다. 정신지체 아빠와 똑똑하고 다부진 어린 딸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7번방의 선물'이 전해 준 선물이었다.

딸 예승(갈소원 분)의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려다 유아 살인사건에 휘말린 용구(류승룡)는 교도소 '7번방'에 수감되고, 부녀는 생이별을 하게 된다. 동료 죄수들이 천사 같은 용구를 돕기 위해 기발한 작전을 펼쳐 예승이를 7번방으로 데리고 들어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의 각기 다른 캐릭터로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류승룡이 이번엔 순진한 딸바보로의 연기 도전에 나서 또 다른 매력을 내뿜었다. 바가지 머리를 한 류승룡은 코믹한 말투와 함께, 어린 영혼을 지닌 용구의 순수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영화의 몰입도를 더욱 증폭시키는 건 딸 예승 역의 아역배우 갈소원의 놀라운 연기의 힘이 크다. 아빠 용구의 단 하나뿐인 가족이자 보호자인 예승은 깜찍한 외모와 말투, 필살의 애교로 관객의 마음까지 녹여낸다.

7번방 동료들이 빚어낸 깨알 같은 재미는 두 부녀의 사랑을 굳건히 지탱해준 힘이다. 특히 전직 조폭이자 방장인 오달수와 간통범으로 들어온 김정태의 감초역할은 조연이 얼마나 눈부실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들의 도움으로 영화는 늘어짐 없이 시종 팽팽한 긴장과 재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감성 판타지에 가깝다. 교도소로 아이를 몰래 들여온다는 기본 설정 자체가 이미 현실성을 잃고 있다. 그 외에도 비현실적인 장면과 전개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그들 모두를 그저 코미디의 과장으로 너그럽게 눈 감아주게 하는 건 극이 담아낸 깊은 감동의 힘과 재미일 것이다.

부녀의 사랑을 담는 7번방의 인테리어도 남다르다. 여느 교도소처럼 어둡고 음침하지 않고 파스텔톤의 벽지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정돈된 아늑한 공간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감동을 주입하고픈 감독의 지나친 욕심이 곳곳에서 불거져 보인다. 열기구에 올라탄 장면에서 굳이 용구가 바보가 아닌 정상인의 눈빛, 말투로 아빠의 감정을 전했어야 했나 의문이다. 줄곧 견지해온 '바보 아빠'의 순진한 사랑에 쩍하니 금이 가는 느낌이다.

또 마지막에 철창을 사이에 두고 부녀가 오열하는 장면도 꼭 필요했나 싶다. 직전 생일파티에서 용구와 예승이 서로 고맙다고 인사를 할 때 이미 감동과 전율은 최고로 치달았는데 말이다. 최상의 재료와 양념으로 기껏 맛나게 끓여놓고는, 맛을 더 내겠다는 욕심으로 MSG 조미료를 한 주먹 쏟아 부은 느낌이다. 24일 개봉. 15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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