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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보다 더 추운 대학 캠퍼스

입력
2013.01.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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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 연초가 되면 누구나 지난 한 해를 반성하며 새해를 설계한다. 돌아보면 지난해는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보람찬 한 해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게 새해 초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대학 캠퍼스 안에는 누구보다도 걱정스럽게 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졸업을 앞둔 4학년들이 그들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16년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고 사회에 진출해서 나름대로 뜻을 펼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스펙도 쌓았고, 학점 관리도 했다. 그토록 중요하다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도 공정하고 평등하게 사회에 진출할 기회가 없다. 기성세대가 맘대로 세운 잣대에 따라 사람을 구별하다 보니 몇 군데 대학 이외의 출신들은 입사원서를 내보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심지어 요즘 대학생들은 자기 실력도 모르면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만 바란다거나, 중소기업은 월급이 적어서 안 간다거나, 수준이 낮은 대학 졸업자들은 이직률이 높아서 뽑아도 소용이 없다는 등 '해괴한'소문만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수도권 대학, 지방 대학, 서울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대학의 졸업생들은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벽에 막힌 피해자들이다. 영어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졸업 평점이 무척 높아도, 사회봉사를 엄청나게 해도 출신 학교 이름 하나 앞에서 모든 게 무너져 버리고 만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들은 학생들의 실력만 나무란다. 아예 검증 자체를 생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느 대학 출신은 훌륭하고 어느 대학 출신은 좀 떨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정신을 바로 차릴 시기가 왔다고 지적하고 싶다.

과거 대학생 시절, 그토록 민주, 자유, 평등을 외치던 기성세대들이 지금에 와선 스스로가 정한 틀에 갇혀 버리고 만 것이다. 우리 대학생들이 매일 술만 먹고, 놀기만 하고 공부는 저버렸을까?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몇몇만 잘하겠지' 가 아니고 '몇 명만 못한다.' 미래를 꿈꾸고, 희망과 즐거움에 항상 웃고 다녀야 할 우리 젊은 학생들이 언젠가부터 강의실 구석에 앉아 전공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슬퍼 보인다.

다른 사람보다 학문적 지식이 많고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라면 명문대에 입학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인간적으로도 훌륭하고 모든 일을 다 잘한다고 누가 보증한단 말인가.

의사가 간호사보다, 검사가 경찰보다, 교수가 교사보다 반드시 낫다고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대단한 편견이자 교만이다. 또 누가 무슨 자격으로 의사와 간호사, 검사와 경찰, 교수와 교사를 규정지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기성세대들은 '포장지'만 보고 모든 걸 평가해 버리려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가 올해 신입사원 모집에서 지방대 출신의 비율을 35%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그 회사의 윗선 몇 분이 출신 대학에 따른 불합리한 입사 구조를 알고 계신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지방대 출신을 3분의 1 이상 선발하겠다는 방침이 '명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정중하게 사양하고 싶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실력을 믿고 공평하게 기회를 주려는 그 마음만 받겠다는 것이다.

위대한 상아탑의 젊은 주인공들이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대학 때 외쳤던 것처럼, 이제 젊은이들에게 평등과 희망을 주기 바란다. 우리 젊은 학생들에게 그 능력을 펼칠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추운 날씨보다 더 추운 요즘 대학 캠퍼스다.

민경진 한성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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