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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감 유행 불안한데… 예방 접종 '한방'이면 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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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감 유행 불안한데… 예방 접종 '한방'이면 족해요

입력
2013.01.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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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이 감기 때문에 동네 의원을 찾았다. '독감(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합니다'라고 커다랗게 붙여 놓았길래 "요즘 예방 접종 맞으러 많이들 오겠네요" 했더니 간호사가 한술 더 떴다. "가을에 맞은 분이 미국 독감 걱정된다고 또 놔달라고도 오세요." 병원 입장에서야 사 놓은 백신이 남는 것보다 나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같은 백신을 두 번 맞는다고 면역력이 더 생기는 건 아니다. 의학적으로 크게 문제 되진 않지만 굳이 더 맞을 필요는 없다. 꼭 2번 맞아야 하는 경우는 만 9세 이하의 소아가 처음 접종할 때만이다. 4주 간격으로 2번 맞아야 한다. 그 이듬해부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매년 독감 유행 전 1번 접종하면 된다.

요즘 이른바 '미국 독감' 때문에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 뭔가 강력한 새로운 독감이 나타난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보건 당국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독감은 지난 겨울 국내에서도 나타났던 유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독감 바이러스 유형은 H3N2다. 배근량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현재 국내에서 돌고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약 20%도 H3N2(나머지는 H1N1)"라며 "미국과 우리나라 H3N2의 유전자를 비교해본 결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러스가 변종 H3N2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미 일부 지역에서 (변종이)발견됐을 뿐 유행하는 건 아니다"라고 배 과장은 덧붙였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H3N2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돌았던 바이러스다. 그런데도 미국에서 환자가 속출하는 이유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미국 내 예방접종률이 줄었거나 지역사회에 한동안 H3N2가 유행하지 않아 군중면역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국내 H1N1 역시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던 2009년 바이러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엔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았던 새로운 바이러스였지만 이미 유행했던 지금은 여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H1N1보다 H3N2에 감염됐을 때 증상이 더 독하다. 특히 온몸이 쑤시는 근육통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감염됐다 해도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면 된다.

H3N2와 H1N1은 지난 가을부터 접종하고 있는 백신으로 모두 예방된다. 올 겨울 이 두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들을 예방하는 백신을 제조할 것을 제약회사에 권고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측이 들어맞은 셈이다. 백신을 맞는다고 독감에 아예 안 걸리진 않는다. 하지만 걸려도 훨씬 덜 앓는다.

독감 백신을 맞으면 감기까지 예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병이다. 기침이나 콧물 같은 상기도 감염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보통 감기에 비해 인플루엔자는 갑작스러운 고열, 오한, 두통, 몸살, 전신 근육통으로 시작된다. 마른 기침이나 콧물은 인플루엔자 발병 3~5일째에 나타나며, 눈이 빨개지거나 가려운 경우도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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