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자격시비가 뜨겁다. 참여정부 시절이라면 하나만 있어도 공직에 오르기 힘든 내용이 수두룩하다. 17일에도 논문표절 기부금의혹이 보태졌다. 이 후보는 2007~2012년 사이에 매년 적게는 644만원, 많게는 1,136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연말정산을 받았으나 정작 국회 인사특위가 기부내역 자료를 요청하자 연 36만원씩 기부한 영수증만을 제출했다고 최재천 민주당 의원이 폭로했다. 많이 냈던 기부금이 거짓이거나 헌법재판관으로 기부해서는 안될 곳에 기부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 밖에 없다. 2007년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에게 정치헌금을 한 것도 밝혀진 상태. 최 의원은 또 이 후보가 1993년에 쓴 논문은 책을 거의 그대로 베꼈고 2003년에 쓴 논문은 인용과 출처표시가 정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 과도한 저축에 따른 수뢰의혹 등이 등장해서 증여세 탈루는 인정도 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재계와의 유착의혹이다. 수원지법원장 재직시절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나라당 수원시장을 가사조정위원에서 해촉하지 않았으며 당선무효형에 못 미치는 형을 선고하는 데 영향을 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기도선관위원장을 겸임하며 문제의 수원시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것,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로부터 협찬을 받은 것 등도 거론됐다. 삼성전자의 벌금형을 크게 줄여준 판결이 자녀 특혜 입사와 연관 있다는 시비에도 올랐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공직 후보의 수준이 워낙 떨어지긴 했지만 아마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추문이, 더구나 비교적 깨끗하다는 사법기관 인사 후보에게 나온 것은 처음이다.
실상 이 인사는 새누리당이 과거 헌재소장을 임명한 원칙만 따져도 당장 철회돼야 한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이 2006년 8월 헌재소장 후보로 지명되자 '헌법재판소장은 …(헌법) 재판관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111조를 들어 내정을 철회하게 했다. 당시 전효숙씨는 헌재소장에 내정될 것을 이유로 헌법재판관을 막 그만 둔 상태였다. 현재 이동흡씨는 임기가 끝나 헌법재판관을 막 그만 둔 상태이다. 헌법재판관 가운데 헌재소장을 뽑아야 한다는 헌법규정을 한나라당이 들었으니 후신인 새누리당도 지켜야 마땅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역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으니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을 보면 이런 사람이 어떻게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어 6년간 재직할 수 있었나 하는 점이 더 놀랍다.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 헌법소원 탄핵 정당해산 권한쟁의 등 헌법과 헌법에 따른 국가기관을 수호하는 온갖 중요한 심판을 다 맡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이 하는 일은 대법관보다 허술하지 않다. 그런데 대법관은 한 사람, 한 사람 임명될 때마다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을 받아야 하는 반면 헌법재판판은 국회 상임위만으로 임명이 된다. 만일 이동흡 후보가 2006년에 대법관에게 준하는 국회 청문회를 거쳤으면 과거의 부정 불법 시비들이 드러나 헌법재판관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명무실한 검증 절차 때문에 그는 한나라당 추천을 받아 무난히 임용이 됐다. 한나라당 소속의 수원시장과 밀착된 관계가 헌법재판관이 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며 그는 휴무일에 집 근처서 하루에 40만~5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거나 부부동반 외국출장을 5회나 했다, 자동차 짝홀수 운행제를 피해 관용차 두 대를 썼다, 검찰에 골프장 예약을 부탁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공금을 유용하고 월권했다면 감사실의 지적을 받았겠지만 그대로 넘어간 것은 헌법재판관의 수족으로만 존재하는 사무처 탓도 크다. 이 사무처를 헌법재판관을 감시하는 행정조직으로 바로 세우지 못할 것이라면 적어도 도덕은 바로 선 헌법재판관을 뽑도록 청문회 절차를 강화하기 바란다. 둘 다 되는 게 정답이지만.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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