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62)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의혹 제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노조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이 후보자가 헌재 소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 법관 인사 문제를 놓고 판사들이 포함된 법원노조가 설문조사를 거쳐 집단적 의견을 표명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16, 17일 이틀 동안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현직 판사 54명과 일반직 법원 공무원 634명 등 총 응답자 688명 중 '이 후보자가 헌재 소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이 89%(612명)에 달했다"고 17일 밝혔다.
법원노조는 "특히 판사들의 경우 응답자의 70%(38명)가 '이 후보자가 헌재 소장으로 매우 적합하지 않다'고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대체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22%(12명)에 달해 절대다수인 92%의 판사들이 이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8%(608명)가 '이 후보자가 약자의 입장을 잘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잘 반영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은 3%(17명)였다. 판사들의 경우 '잘 못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이 69%(37명), '대체로 잘 못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이 24%(13명)였다. 법원노조는 "법원 구성원들은 이 후보자가 헌재 소장으로 민주적ㆍ개혁적 소신을 가지고 사회정의를 구현하거나 사회경제적 약자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법원노조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후보자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박근혜 당선인도 지명 철회 의견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굳이 설문조사 통계치가 아니라도 법원 내부에는 이 후보자가 (헌재 소장이 되기에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판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설문조사 통계치가 작아 대표성이 떨어진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후보자 측 관계자는 "1만명이 넘는 법원 공무원 중 700여명이 설문조사에 참가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응답자들은 이 후보자에게 악의적 감정을 가진 이들일 것으로 보여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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