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통신 기업 KT와 1,200만 인구의 경기도를 등에 업은 수원이 만났다. 창조적인 소프트웨어(KT)와 최적화된 하드웨어(수원)의 공조. 결과는 초일류 구단의 탄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경기 수원시를 연고로 한 KT를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기업으로 최종 승인했다. 이날 총회에는 구본능 KBO 총재를 비롯해 김인 삼성 구단주대행 겸 대표이사, 정만원 SK 구단주대행, 신동인 롯데 구단주대행, 이삼웅 KIA 구단주대행 겸 대표이사, 정지택 두산 구단주대행, 신용삼 LG 구단주대행, 정승진 한화 구단주대행 겸 대표이사, 차길진 넥센 구단주대행이 참석했다. NC 김택진 구단주는 서면으로 구본능 총재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9개 구단 구단주(대행)들은 이 자리에서 만장일치로 KT의 10구단 창단을 의결했다.
수원-KT는 총회가 끝난 뒤 "그 동안 볼 수 없던 초일류 구단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그 동안 KT는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모든 회의에 ICT(정보통신기술)를 투입했다. 야구에도 우리의 장점인 ICT를 접목해 야구 팬들이 야구장을 생활의 일부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관람하는 스포츠가 아닌 참여하는 스포츠로, 한 번 방문하면 일주일이 즐거울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야구장의 각종 시설 위치를 확인하고 티켓을 예매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경기를 보는 중에는 좌석에 설치된 디지털 메뉴판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검토 중이다. 또 경기가 끝나면 태블릿PC로 경기 하이라이트와 전력 분석영상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편파 중계 서비스' '멀티 앵글 서비스'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KT는 앞으로 이 같은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개인ㆍ커뮤니티별로 차별화된 맞춤형 야구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KT는 앞서 평가위원회에서도 새로운 야구 관람 문화를 제시해 호평을 받았다. 일명 '빅 테크테인먼트'(BIC Techtainment)다. 야구(Baseball)와 정보통신(Information & Communications)을 융합해 첨단기술(Technology)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화적 즐거움(Entertainment)을 주겠다고 KT는 공약했다.
이에 염태영 수원시장도 "수원 주변의 교통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염 시장은 "중심교통이 수원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현재 동서 외곽순환도로를 건설 중인데, 차량 분산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인덕원에서 북수원을 거치는 지하철 노선을 2019년까지 개통하겠다. 지하철로만으도 접근이 편리한 수원을 만들어 잠실, 인천과 함께 지하철 시리즈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구장 역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지하주차장을 신설하거나 증축하겠다. 학교운동장을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논의하고 있다"며 "2018년까지 수원 야구장 일대를 복합스포츠문화단지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원은 4만석 규모의 야구 돔구장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최적화된 하드웨어로서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긋겠다는 각오다. 수원은 현재 권선구 당수동에 돔구장을 건설키로 하고 토지매입절차에 들어갔다. 시는 "기획재정부 소유인 당구동 434번지 일대 33만㎡를 돔구장 후보지로 결정하고 2017년까지 모두 850억원을 들여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계 순위 15위의 KT가 소프트웨어를 책임지고 프로스포츠의 메카 수원이 하드웨어를 책임진다.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시설뿐만 아니라 오직 야구팬들을 위한 주변 환경을 갖춘 '꿈의 구장'이 수원에 들어선다. 수원을 연고로 한 10구단 KT가 초일류 구단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KT, 10년 간 3000억원 통큰 투자성환희기자 hhsung@hk.co.kr
10년 동안 3,000억원을 쏜다. KT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KT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구단주 총회에서 10구단으로 승인된 뒤 곧바로 마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여성 아나운서까지 섭외해 격식을 차렸다. KT의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이 베일을 벗었다.
KT는 이석채 회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공개했다. 먼저 KT는 1군에 진입하는 2015년까지만 650억원을 들인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가입비 30억원과 예치금 100억원, 야구발전기금 200억원 등 총 330억원을 내야 한다. 또 선수와 코칭스태프 선발 비용과 숙소, 훈련장 마련비 등 창단에 들어가는 비용을 비롯해 야구단 운영에 들어가는 돈을 합쳐 2015년까?65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650억원의 창단 비용 가운데 선수 및 코칭스태프 영입에 250억원을 책정했고 2군 구장과 숙소, 훈련장 건설에 200억원, 구단 운영에 180억원을 잡아 놓았다. 특히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성 비용 가운데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 80억원을 예상한 것이 눈에 띈다. 웬만한 A급 선수 2명을 데려갈 수 있는 비용이다. 기존 9개 구단 보상 선수 영입에 90억원, 외국인선수는 15억원을 책정했다.
9구단 NC와 비교해 봐도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NC는 선수 선발에 240억원을, FA 영입에 30억5,000만원을 들였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KT가 지속적으로 지역 야구 발전을 위해 200억원을 더 쓰겠다고 했다"고 재확인했다. 수원야구장 리모델링을 위해 수원시에 후원해야 하는 비용까지 합치면 2015년까지 KT가 창단과 관련해 쏟아 부어야 할 돈은 1,000억원이 훌쩍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1군 진입 후 10년 동안 총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기존 구단 중에서도 재벌 기업과 맞먹는 매년 200억원 이상의 구단 운영비다. KT는 향후 10년을 창단기와 리그 적응기, 도약기, 중흥기로 나눠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 도중 수시로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기업의 든든한 재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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